그렇게 시간을 떼우고 돌아오니 1시. 다행히도 체크인이 가능했다.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자리에 누웠다.
아무래도 전날 잠을 설쳐 피곤했다. 뭘 하려고해도, 조금이라도 잔 다음 다시 하기로 하고. 3시 반쯤 일어났다.
무얼 하기에는 딱히 애매한 시간이라. 테오도시우스 성을 가기로 했다. 대신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갈 때는 도보로.
트렘 노선을 따라 가면 되니 뭐 길 잃을 걱정은 없다. 엄밀히 따지면 북쪽의 내륙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이 길을 따라 가면 폴랜드, 헝가리가 나오겠지. 트렘을 따라 상권이 발달했다.
기념품을 좀 살까 싶기도 했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 맘 편하게 걸었다.
양탄자로 유명한 터키, 번화가마다 심심찮게 요런 상점들을 볼 수 있다.
빵 만큼이나 젤리도 많은 터키, 견과류가 유명해서 그런지 다양한 견과류 젤리를 볼 수 있다.
옛 도시의 정취가 느껴지는 터키 거리, 우리나라 궁궐의 박석이 생각난다.
터키의 기념품 상점, 모자이크 램프는 들고 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러다 아사라이쯤 배가 아팠다.
어디 들어갈 만한 곳을 찾았다. 숙소에서 나온지도 얼마 안 됐는데. 하필 배가 아플 건 모람.
어쨌든간 그런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메트로 표시가 있어. 지상 WC를 찾았찌만 안 보였다. 젠장.
전방 100m 쯤에 큰 건물이 보여. 뭐 있겠지 싶어 일단 전진했다. 무슨 백화점 같았다.
1층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엑스레이를 통해 소지품 검사를 한다. 뭐지? 치안이 제법이네? 뭐 일단 급한 마음에 천장을 봤다.
화장실 표지판을 찾으려. 1층에는 없는 것 같아. 눈을 좀더 들어 2층을 보니 남녀 표시가 보였따.
옳거니. ㅎㅎ 궁즉통이라 햇던가. 급하니. 시야 확보 수준이 박지성이다. ㅋㅋㅋ
트렘 역 기준으로 파자르테케까지 10정거장. 아사라이가 6번째니깐 반이상 온거다.
구도시 중심지를 벗어나니. 슬슬 주택 지역이다. 대학교를 지나 좀 더 걸으니 멀리 성벽이 보였다.
오호. 가슴 설레인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성벽 앞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눈에 담았다.
그런데 첫인상은 솔직히 별로였다. 성벽이 허물어져서도, 남은 것이 별로 없어서도, 해자 위치에 밭이 있기 때문은 아니였다.
내가 책에서 봤던 3단 성벽은 천혜 자연에 기댄 난공불락의 '요새'였는데 난공불락의 포스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원을 한다고 해도 자금성의 높이, 해자가 보존된 오사카성 위용에도 못 미칠 것 같다.
오히려 공격하는 측에서 그간 공성전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었던 게 난공불락이란 거품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해자는 메워지고, 성벽은 노쇠했다. 전반적으로 많이 방치된 듯.
성벽은 그래도 사람들 곁에서 친숙한 대상이다.
뜻은 모르겠지만, 이겼다는 말이겠지? 그냥 그러려니...
그래도 왔으니,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이 성벽에 관한 설명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터키어라 알 수 없음. 다만 1493이란 숫자가 써있어. 그렇게 판단 함) 설명도 찍었다.
그리고 잠깐 그때를 상상했다. 저 멀리서 죽음의 그림자 처럼 스멀스멀 다가 오늘 오스만 병사들.
천둥 소리보다 더 큰 대포소리. 배수진을 친 방어군의 공포감. 이 성벽 마주보며 다른 생각을 했을 그들.
성벽이 뚫렸을 때 적진으로 뛰어 기꺼이 생을 마감한 황제와 약탈에 눈이 멀었을 병사들.
마지막으로 개선한 술탄의 모습까지... 내가 왔떤 길을 말을 타고 달리면 5분이면 족할 것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전쟁에 대한 댓갈로 눈에 보이는 대로 약탈하고 겁탈했을 것이다.
순간 아수라장이 됐겠지. 정말 신은 있을까? 있다면, 알라신이 이겼다고 봐야할까?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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