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4. 1. 31. 11:28

 

벌룬 투어가 예약된 날이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 5시에 나갔다.
아침 해를 봐야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르다. 차는 5시 10분에 왔다.
나 말고도 히잡을 두른 외국인 여성 한 명과 한국인 가족 4명이 탔다.
차는 자연사 박물관 쪽으로 가더니, 나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던 아저씨가 있던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놀란 와중에 어제 그 아저씨가 있나 찾아봤다. 다행이 없었다.

벌룬 투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그 식당 안에서 음료와 빵으로 요기중이다.
나도 차이와 맛 없는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시간이 되니, 예약된 벌룬 별로 사람을 호명한다.
그리고 차를 타고 짧은 거리를 이동한다. 내 앞에 한국인 여성이 있다. 이름이 현정은인가, 현재은이다. 나이는 22살.
오기 전 기사를 벌룬 투어 기사를 봤는데, 13년 초에 터키 볼룬 사고로 한국인이 죽었다는 것이다.
어제 만난 김 모군이 볼룬끼리 부딪혀 추락했다고 상세 설명해줬다.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인지, 볼룬 출발점이 각각 거리를 두고 멀다.

 

 빵 먹으며, 대기중인 사람들. 의도한 건 아닌데, 이날 함께 할 한국인 가족이 센터에.

 

 

내가 예약한 것은 skyway. 전날 김모군이 VIP가 사람이 별로 없고,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기에
잠깐 고민했엇지만, 5만원의 추가비용과 시각이 촉박해. 변경하지 않았다.
대략 24명 정도 탔다. 우리쪽에 탄 인도인과 한국 여자 빼고는 다 브라질리언이다.
그 중 몇 명과는 통성명을 했다.

불을 쉭쉭 떼더니. 열기구가 붕 뜨고, 괴레메 마을 전역이 보인다.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된 지형. 도무지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그릴 수 없는 모습.
열 기구는 생각보다 빠르다. 내가 GPS가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조종사가 9,000미터 상공이라고 한다.
산악인들의 산행기를 보면, 그 정도 높이에선 호흡을 잘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멀쩡하게 호흡하는 걸 보면
그 정도는 아니지 싶다. 아마 m가 아닌 피트를 내가 잘 못 들은 모양이다. 피트로 환산하면 대략 2,700미터

 

열기구에서 바라본 괴레메 마을, 카파도키아 전경

 

열기구들이 하나 둘 지상에서 멀어지자, 풍선처럼 작아졌다. 땅 위에서 많이 멀어졌을 때 그렇게 멋있지 않고,
열 기구가 지상과 같이 시야에 잡힐 때 멋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표면이라는 대조군이 생겨
벌룬의 부력과 중력 저항도가 느껴지고, 가까이 있어서 실 크기대로 잘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동전만하지만,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러니 20-30명이 뜨겠지.

 

일출을 보고 슬슬 내려온다. 하강할 때는 다소 지루하다. 착륙할 것처럼 몇번 모션을 취했다. 다시 좀 올랐다.를 반복한다.
신기한 것은 조종사가 착륙 지점(벌룬을 싣고 갈 트럭)에 정확히 벌룬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냥 땅에 내린 뒤
일하는 사람들이 어련히 다시 올리겠지? 생각했던 탑승객들이 반전에 다들 박수를 친다.
무사귀환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있으리라.

 

잘 생긴 운전사, 무전으로 현재 위치 및 상황에 대한 보고 중

 

그 중 덩치가 산만한, 그렇지만 매우 해맑은 청년이 손님을 어깨로 들어 내려준다.
나와 재은 역시 차례로 내려 주더니 인증서와 함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자처했다. 우리를 커플로 인식한 모양이다.
나름 뒷풀이 행사다. 성공적으로 내려왔다는 수료증을 주고, 샴페인을 마시며, 자축하는 자리다.

나와 그녀와 이 얘기, 저 얘기를 이어갔다. 이스탄불에 이모부가 주재원으로 계셔 이모댁에 놀러 왔었고,
조금 더 돌다가 이스탄불로 돌아가 예정이라고 했다.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고, 있다기에,
그럼 이렇게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거 이해해주냐? 물었더니, 그냥 웃었다. 좋은 나이다.

나를 내려준 터키 청년과도 간단히 얘기했다. 그는 190m 혹은 그 이상 돼 보였고, 떡대도 강호동급이였다.
딱 보기에도 힘이 장사라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굉장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데, 항시 웃고 있어 보기 좋다.
나이느 나보다 많이 어릴 것 같다. 웃고 있는 그는 행복해 보였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웃음을 지속적으로 갖게 하는 줄은 모르겟지만, 그보다 연 수입이 많을 나보다 행복해 보였다.

* 벌룬 투어는 탑습인원에 따라, 가격이 좀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25명 정도 타는 게 100유로 안팎이고(이동 불가)
  위에서 언급한 VIP 이런거는 7명 정도 타고, 비용은 5만원 정도 추가, 사람이 적어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 가능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 촬영 가능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