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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31 피로사회, 한병철
독서일기2013. 3. 31. 23:42

긍정의 배신과 비슷하다. 오늘 날 긍정에 대한 맹신이 사람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좋은 의도지만 지나친 긍정의 자기 체면이 결국 본인을 해친다는 내용이다.

전자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긴 호흡의 책이라면, 피로사회는 굉장히 압축적이고 단단한 문체로 구성 돼 있다.

책 두께는 얇지만 보고,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 걸린다.

 

이 책을 보면서 들었던 의문. 철학 책은 왜 어려운 것일까?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숫자로 말할 수 없는, 객관적이지 않은 무형의 '가치'에 대해 논하려다 보니

어휘와 내용이 와닿지 않는다. 가령,,,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하기보다, 포화시키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 시키는 것이다." 란 문장을 이해하려면

'긍정성의 폭력', 박탈, 포화, 배제, 고갈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 이외에 관용적 활용과

실제로 각 단어가 긍정성의 폭력과 갖는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즉 과다한 긍정 주입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긍정성의 폭력에 대해 알 수 없고, 설령 그 느낌을 알았다 하더라도 지나친 긍정적 동기부여가 나한테 미치는 피폐한 상황,

포화와 고갈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 본 사람이 어딨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철학자가 말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에

그들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알아듣질 못한다. 이해와 공감의 기반은 내 속의 경험 및 지식을 전제로 존재한다.

철학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한 경험 및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알아먹기 힘든 것이다.

 

좀 더 들어가. 그럼 철학자는 왜 어려운 말만, 손에 잡히지 않는 말만 골라서 쓸까?

철학자는 자신이 하는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런 정답은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담아 낼 수 있는 포괄적인 어휘로만 설명될 수 있다. 주리론, 주기론 같은 단어로 철학과 과학의 모든 관계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이 두 단어로 현대인의 소비패턴을 다 담아낼 수 있듯이.

철학자는 세상을 설명할 때 최대한 넓은 크기의 단어를 사용한다. 그래야 예외없이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이론으로

현상이 설명 가능하니깐. 이 부분에서 '단어'의 크기가 클 수록 추상성이 커지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본래 저자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뜻이 전달 되거나(그나마 다행), 아예 튕겨져 나갈 것이라

본다.

 

즉,,, 철학책이 어려운 것은,,, 저자의 지적 유희와 나 같은 독자의 지적 비루함 때문이다.

그들이 나 같이 어두운 사람을 위해, 말을 쉽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해준다면, 보다 쉽게 이해 할 것 같다.

 

그리고 좋았던 문장 몇개만 끄적여 본다.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시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의 사회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이 사회의 주민도 더 이상 복종적 주체가 아니라 성과주체로 불린다."

(근대사회가 통치자의 법에 기반해 주민을 통제했다면, 반대로 21세기는 주민을 자본주의적 생산요소로 본다는 얘기인 듯)

 

"이제 금지, 명령, 법률의 자리를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이 대신한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그 노동수용소의 특징은 한 사람이 동시에 포로이자 감독관이며 희생자이자 가해자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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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