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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3 필리핀 보라카이 2.21~24 1
여행2013. 3. 23. 15:36

회사에서 떠난 워크샵. 지인들은 회사 사람들과 놀러가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뭐 그렇긴 하다. 내 인사 평가자이기에 아무리 사적인 곳에서도 행동, 말투 하나 원래의 나 대로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광고회사란 특징 때문인지, 윗사람들이 후리하다. 무한상사에서 보여지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목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이 곳은 늘상 사람이 많다. 예전에 얼핏 봤던 기사. 일일 이용객 14만명

요일적 특성 때문인지 사람이 더 많은 듯. 여자들은 늘상 그렇듯 여행 자체보다 면세점 쇼핑에 관심이 많다.

애초부터 남자와 여자들은 떨어져 쇼핑했다. 그들은 '구매'뿐만 아니라 '신상점검'에도 상당한 주위를 기울인다.

역사학자들의 머릿속에는 시대별, 왕조별 주요 사건이 연대기로 기록 돼 있듯이,

쇼핑 좋아하는 여자들 머릿속에는 브랜드, 카테고리별로 상품이 자리할 것 같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4시간 여 걸리는 비행시간. 귀가 아파 무엇을 할 수가 없다.

먹먹하다 싶으면 코를 막고, 숨을 내 뱉었어야 했는데, 혹시나 고막이 찢어지거나 하면 어쩌지하는 우려로 할 수 없었다.

조그만 모니터로 보이는 Swipe out(우리나라의 출발드림팀 같은 프로인데 엄청 웃겼다.)을 보며, 고통을 외면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고도차이로 귀가 아플 때는 위와 같이 했어야 했다. 스킨스쿠버에서는 그런 행동을 '이퀄라이징'이라

부르는데, 돌아 비행기에서는 그렇게 하니 실제로 안 아팠다.

 

밤 늦게 도착한 깔리보 공항. 나는 면세품을 사지 않아 걸릴 게 없지만, 몇몇은 긴장했다.

월급이 적은 필리핀 관세 직원들이, 외국인들 가방을 뒤지며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못사는 나라 사람은, 인성까지 안 좋은가? 후진국은 이래서 후진국인건가?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까지 먹고 살아야 하나? 씁쓸한 생각 할 것 같다.

아직 2시간 더 남았다. 이미 날은 어두웠고, 비까지 내렸다. 버스는 산길을 달린다. 차장에 번진 빗물로

밖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간혹 보이는 불빛들이 여기 나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건기임에도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렸다. 8년째 필리핀에 살고 있다는 가이드도 이런 경우는 첨이라 했다.

배를 타고 보라카이 섬에서 내려, 숙소까지 간이 택시를 이용했다. 그런데 도로에 물이 가득하다.

하수처리 시설에 과부하가 걸려,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다시 토해내기 때문이다.

바퀴 1/3이 물에 잠겼다. 이거 갑자기 차 멈춰서, 숙소까지 걸어가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옷과 신발, 캐리어는 다 젖었다. 한껏 멋을 낸 친구들의 치장도 무너졌다.

밤이라 안 보여 다행이다. 씻고 짐 풀고 얘기 좀 하니 새벽 5시. 내일 일정을 위해 눈을 감았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