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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5 오사카 여행.공항에서의 하룻밤
여행2013. 2. 5. 00:33

지난 12월 현지가 채연과 함께 일본을 가자고 했다. 나도 뭐 나쁠 거 없어서 흔쾌히 응낙했다.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출발이 다가왔다. 그간 여행 일정에 대해 가볍게 논의하고는 했지만, 뭐 하나 나온 게 없었다. 벼락치기. ㅋ

금요일, 칼퇴하고 바삐 서울역으로 향했다. 회사가 위치한 방배동과 퇴근 시간을 고려했을 때 공항철도가 최적의 선택이였다.

서울역은 늘상 다녔지만, 공항철도는 처음이라 조금 헤맸다. 일반 지하철과 달리 서부역 쪽에 위치해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는 처음부터 여유가 없었다. 피치항공 9시 20분 출발, 간사이공항 11시 도착인데, 텐노지행 막차가 11시 32분이였다.

일본이 처음인 나는 수속 및 헤멜 시간을 고려했을 때 과연 시간에 맞춰 전철을 탈 수 있을까 금요일 내내 불안했다.

까딱하가다는 공항에서 하루를 세어야 했다. 조바심 때문에 신경성 긴장이 지속됐다. 지금 돌아보면 괜한 고민이였다. 풉. ㅎ

친구들의 면세물품을 찾고, 햄버거로 요기한 뒤 출발을 기다리는데 비행기사정으로 출발이 10분 지연될거란다. 불안했다.

그래도 큰 차질 없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결국 46분에 떴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를 몰랐다. 출발은 지체됐지만,

기장이 속력을 내서 원래 약속했던 시간에 도착할거라 기대했다. 원래 그런거 아닌가? 약속시간에 늦으면 뛰듯이.

철없는 생각이었다. 11시 30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저가항공인 피치항공은 짐 부치는 데도

요금을 부과해 대다수의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탄다. 그래서 타고 내리는 데, 일반 비행기보다 시간이 배는 걸린다.

텐노지행 막차는 떠났을 시각이지만,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오사카에는 비가 내렸다. 내린 곳에서 공항입구까지 비를 피하라고

우산을 줬다. 펴보니 구겨져 있었다. 불길했다. 미신이라 여기며, 수속장으로달렸다. 수속장까지 대략 300미터 정도 되는데

블로그에서 한 사람 제낄 때 마다 수속시간이 20초 정도는 단출될 거라했다. 나름 열심히 뗬지만 나는 중간이였다.

수속을 마치고 제1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것도 한 5분 걸렸다. 공항 도착 전, JR선을 끊기 위한 메뉴얼을 되새기며

봤던 장소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반가웠다. 그것도 잠시. 불이 꺼져 있었다. 불길함이 현실이 됐다. 낙담했다.

사람이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으면 현실을 부정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럴리 없어. 내가 공항에서 노숙할리가 없잖아?

그래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 나는 오늘 게스트하우스에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어. 버스를 알아봐야지. 이러며 공항 여기저기

들쑤셨다. 그러기를 30분. 나는 깔끔히 인정했다. 첫차를 타기전까지 간사이공항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을 받아

들이고나니, 마음은 편했다. 친구들에게 못간다는 문자를 남겼다. 씁쓸했다. 쌰부랄. 그리고 어디서 남은 시간을 떼울까 장소를

물색했다. 그래도 위안이 된 것은 나와 같은 무리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자리를 깔꼬, 노숙 태세에 도입했다.

어떤 중국인은 양말을 벗고 의자를 붙이고 누워있더라. 실용을 중시하는 대륙의 기상인지, 남신경 안 쓰는 개인특성인지

놀란 와중에 더 놀라운 광경이었다. 24시간 맥도날드도 있었지만, 거기 있는다고 딱히 할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조명 빛이 덜 한 쇼파에 누웠다. 핸드폰에 넣어둔 <리더의 조건> 다큐를 보고 있는데 공항경찰이 오더니 내 여권을 검사한다.

노숙인들의 인적사항을 살펴보는 친절함 ㅋㅋ 그래도 오사카에서 첫날인데 벌써 잠을 청하긴 아쉬웠다. 낯선 객지에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들었다.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 왜 그럴까? 나는 왜 낯선 곳에서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편해졌을까?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 긴장한다. 낯선 것들을 내 것으로 정보화하는데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이란

익숙한 놈은 내 의식에 침투해 새로운 것들의 정보처리화 과정을 지연시킨다. 그래서 나는 비록 낯선 곳에 있었지만

익숙한 것들을 접함으로써 맘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나름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