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s stage

점심시간 바로 전, 후배가 네톤으로 말을 걸었다. 내가 지난 번에 던진 질문에 답을 말하겠다며.

나는 까먹고 있었는데, 이 놈은 술 먹다 던진 질문에 꽤나 많은 고민을 했나보다.

질문은 광고회사를 준비하는 후배에게 '인문학(문사철)'이 왜 광고에서 중요한가?'이다.

후배 왈 :

광고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도출? 해 내기 전에 분석이라는 걸 하잖아요? 뜻은 돌을 쪼개는 것이고, 의미는 본질을 알기 위함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그 본질을 보는 방식이 굉장히 미시적으로 접근하는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이걸 하는 이유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죠? 그런데 문학, 역사, 철학 그중에서 철학은 되게 기본적인걸 추구하잖아요? 문학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표현을, 역사는 맥락을… 이러한.. 광고에서 하는 분석의 방법론이랑 인문학적 접근법이랑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어서 그런것 아닐까요. 적어도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걸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광고가 인문학을 이용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특히나 단어에서 타겟들이 얻는 감정같은거요.

밥 먹자 마자 아래와 같은 글을 네톤으로(길어서 쑥쓰럽지만) 회신했다. 

인문학(문사철)이 왜 광고에서 중요한가?

 과학은 기초 과학과 응용 과학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물리, 화학, 수학 등이 속하고 후자는 공학, 농학, 의학 등이 속한다.

둘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나, 기초 과학이 먼저 성해야 후자가 따라오는 양상이다. 광고에서 왜 인문학이 중요한가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기초 학문이 인문학(문사철)이다. 이는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거시부터 미시까지 사람의 일상에 관한 의미 있는 일을 집대성 한 것이 인문학이다. 이 풍성한 Raw data에 대한 이해

없이 광고를 잘 할 수 없다. 광고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기법인데, 인문학(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쉽게 예를 들어 보자. ‘긍정의 배신’과 ‘피로사회’는 오늘 날 성과 중심 사회의 지나친 ‘긍정성’의 폐해를 다룬 책이다.

과하면 독이 된다고, 긍정 역시 자본주의의 성과중심 프레임과 맞물려, 오늘 날 사람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 넣는 주범이다.

이런 화제를 철학자가 제시했다. 오늘 날 사람들은 이러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그 후 많은 사람들은 뭔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긴 한데, 구체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엇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됐다. 여기까지가 Fact다. 기초과학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응용과학인 마케팅과 광고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바로 상품기획에 반영하면 된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 열풍을 몰고 왔던 ‘힐링중심’의 도서와 방송, 그리고 선과 관련된 수행 방법까지. 광고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았나? 본인은 박카스의 신년계획 광고가 그 예라 생각한다. 신년 계획을 세운 뒤 번번이 실패했던 사람들이 그 광고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계획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박카스는 나를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브랜드와 관계 형성이 된다. 마찬가지로 최근, 맥심 커피도 스마트폰이 바꾼 우리들의 일상을

주제로 광고했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철학적 사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컨텐츠다.

 이렇듯 문사철은 끊임 없이 당대의 이슈를 제시한다. 이것은 원석이다. 가공이 필요하다. 훌륭한 세공업자가 되려면, 옥석을

가리는 눈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기에 이뤄 질 수 없다. 광고에 있어 뛰어난 재료를 선별하는 학습 방법. 바로 사람에 대한

이해이며, 이는 인문학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