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잠을 설쳤다. 아무리 내가 잠이 잘 드는사람이라도 시차 앞에서는 별 수 없었다.
일찌감치 일어나. 씻고. 식당에서 향후 계획을 세우며 밥을 먹었다. 그때가 아침 7시20분쯤.
다섯개의 잼(꿀, 딸기, 초코, 버터, 요쿠르트), 햄, 따끈한 삶은 계란, 귤, 올리브, 오이,
토마토, 짠 껌은색, 무화과, 망고 말린거와 충분한 빵, 우유, 차이티를 제공한다. 아침치고 적당한 양이다.
식당에서 자고 있는 개 한 마리. 역시 개팔자가 상팔자다.
일요일 아침인데. 숙소 앞에 일하고 있는 아저씨가 계셨다.
일요일이 기독교의 안식일이니 다른 종교를 믿는다면 굳이 안 쉬어도 될 법하다.
사람들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여유가 생긴걸까?
여기서 나 역시 지극히 자본주의적 사고에 찌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돈이 많아야(생계로부터 매우 자유로워야) 여유(정서적 안정)가 생기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나는 그게 종교의 힘이라 생각한다. 알라신은 그들로 하여금 물신(자본주의 폐해)을 배척하고, 성실하며, 겸손하게 살라한다.
좋은 행동은 좋은 생각에서 발현 되기에 건강한 철학의 정립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효율과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 하는 서양주의식 문화보다
규율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하지만, 사람들 내면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슬람 문화권가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언론에 이슬람 문화권의 낮은 여성 인권을 고발하는 기사가 주지하듯 분명 어두운 면도 있다.
인간애라는 보편적 관점에서 명예살인 등의 그러한 행위는 분명 잘못됐다.
그래도, 엊그제까지만 해도 일상에서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 받는 나를 떠올리면,
이런 문화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린투어 버스를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투어 차량들이 지나간다. 제법 경쟁이 있나보다.
차량에 오르니 이미 세명의 한국인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행을 다 태웠을 때 나, 선우, 28살 직딩 코리안, 허니문 코리안,
취준생 여자 2명 코리안, 아제르바이제 여자 1명, 인도 부부 2명 이렇게 인원이 구성됐다.
오토갈 근처에서 버스에 오른 선우는 88년 생으로, 한국인이 많네. 이러며 인사를 한다.
그러더니 내 옆에 앉더니 이 얘기, 저 얘기한다.
굳이 한국인들과 말섞기 싫어서 조용히 있었지만 그런 눈치 보지 않고 계속 말 한다.
오랜 만에 한국 사람 만나 대화 하는 게 너무 신나서 그러니 이해해달란다.
몇 달째 외국여행중이고. 각국에서 겪었던 이벤트가 주소재다.
호주에서 워킹하며 2천 만원 가량 모아 세계 각지 여행중이란다.
이렇게 열정적인 친구를 보며. 나는 대학교 때 뭐했나 싶기도 한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날 시간을 두며 얘기를 나누니 든 생각인데.
나는 그의 그런 여행이 세계각지를 돌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글을 남긴 카잔챠키스 떠올리게 해 부러웠었다.
하지만 그는 카잔차키스의 그런 여행을 하는 게 아니였다.
해당 여행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관광객들처럼 유명한 곳 다니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범인들의 여행이다.
그래도 나는 하지 못 했던 그의 도전정신과 실행력은 분명 대단하다.
오늘 첫번 째 일정은 데린쿠유 지하도시다. 영어 가이드의 설명은 한 30프로 정도 이해된다.
영어를 잘 해서라기 보다, 오기 전 이 곳에 대한 사전지식을 조금 쌓았기 때문이리라.
어떻게 이 좁은 곳에 땅을 파고 살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믿음은 현실의 편안함을 포기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일까?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관한 책에는 동서교회 통합 마찰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비잔틴 국가의 사람들은 현실의 생애는 영생을 위한 중간단계로 믿었다.
그렇기에 불순함이 개입되는 걸 원치 않았고. 내생을 위해 현실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한다.
그들은 진정 후회하지 않았을까?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총 11층으로 이뤄져 있고, 기원전 7~8세기 부터 사람이 살았다.
로마 시대에는 그리스교도들이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이곳을 피난처로 삼았고,
그 뒤 페르시아와이슬람의 침입이 잦던 5세기부터 10세기까지 데린쿠유는 크게 확장됐으며
1839년에는 오스만터키 제국에 반기를 든 이집트의 알리 파샤가 이 지역을 침공했을 때,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신했다.
교회와 주거를 위한 방, 외양간, 부엌, 기름 짜는 작업장, 식품저장고, 포도주저장고 등 온갖 편의 시설이 있었다."
<터키, 1만여의 시간 여행>, 유재원
* 그린투어는 카파도키아 패키지 상품의 하나로, 괴르메 마을에서 먼 곳에 떨어진 명소를 둘러보는 코스다.
지하도시, 으흘라라 계곡 등을 버스로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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