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4. 8. 22. 19:32



갑작스러웠다. 새로운 일터로 옮기기 전까지 약 1주일의 시간이 생겼다.

주변에서 한 동안 쉴 수 없을 것이니 어디든 다녀오라 했다.

이직으로 인해 취소한 스페인 항공권을 다시 알아봤다.

2-3번 경유하고 30시간 걸리는 최저가가 260만원이었다. 경비 압박과 오가는 시간 허비로 스페인은 패스. 


저렴하게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여행지를 떠올렸다.

물가 저렴한 동남아 국가로 1차 필터링 했다. 

그 중 우리나라와 같이 고통의 근현대사를 보낸 베트남을 가는 게 생각할 거리가 많아 좋을 것 같았다. 


여행은 혼자 하는 게 편하고 좋다. 그러나 둘이 가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

그를 만날 때 마다 두고두고 회상 할 추억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5월 황금연휴 때 국내 여행 계획을 함께 세웠다가

일 때문에 포기한 고등학교 동창 재원이를 떠올렸다.


최근까지 일하고 잠시 쉬고 있는 터라

갑작스런 해외여행 제안에도 경제적, 시간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같은 모임 멤버인 동길에게도 물어 봤으나, 백수인 그는 염치 때문에 못 가겠다 했다.


함께 하지 못 해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현재의 부라는 게 좀 우끼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포함한 셋 중, 나만 현직이라 현재 관점에선 내가 소득이 제일 많다.

그러나 동길이 아버님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고 어머님도 경제적 수완이 좋아

현금과 부동산 자산이 꽤 된다. 재원이네도 아버님이 설비 현장 소장을 하셔서

여유있게 산다. 집에 기대할 거리가 없는 나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셋 중 자산 기준으로 꼴찌다. 그런 측면에서 쥐뿔도 없는 내가

해외 여행 간다고 돈 쓰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찌만,,,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얻는 다라는 관점에서 비용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다.    


그렇게 마음 먹고, 베트남 역사와 가이드 책을 주문했다.

근 현대사 열심히 좀 공부해야지 했는데, 중세사 10장 본게 전부다.

이직 한다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 인사하느라 계획 짤 시간이 없었다.

출발 전날까지도 세부 일정, 숙소 예약은 커녕 짐도 안 쌌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집을 나섰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22. 19:02

 

길 건너 이집션 바자르로 갔다. 어제와 비슷한 인파다. 여기 있는 사람은 관광객일까? 거주민일까?
평일 대낮에 사람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 걸까? 우리나라도 그럴려나? 알 수 없다. 평일 대낮엔 시장 가 본적이 없어서.
피스타치오가 유명하다기에 좀 사볼 요량으로 견과류 집 앞에서 서성 거렸따. 사람들이 좀 집어 먹길래 나도 견과류며
젤리를 집어 먹었다. 특별히 맛있는 건 잘 모르겠따. 그래서 사려다 말았따. 갈림길에서 지도에 나온대로 오른쪽으로 틀었따.
어제 갔던 방향과는 반대다. 이쪽은 좀 지나가니 인적이 한적하다. 메인스트릿으로 연결되는 지역이 아니다보니. 그런 듯.
주욱 가다 보니, 내가 당최 어디있는지를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느낀 바지만, 터키는 지도에 나온 길 찾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옛날 도시라,,, 도시 구획이 매우 불규칙하다. 샛길도 많고. 표지판도 잘 안 돼 있고. 헤맬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계속 직진했따. 어차피 왼쪽으로만 틀면 되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무슨 평일 대낮에 사람이 이리 많은지... 이쪽으로 쭉 가면, 빈민가가 나온다.

그런데 가다 보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빈민가 분위기다. 몇 일은 족히 안 씻어 보이는 아이들이 울고 있고,
밥은 언제 먹었는지, 먹고 있긴 한 거지 싶은 앙상한 아이들이 있는 곳...
집들은 오래 돼 허물어져 가는 것도 보이고. 을씨년스럽다는 게 적당한 표현 같다.
무슨 쇠 관련된 공장이 있는지 이잉 쇠 가는 소리가 시끄럽고 냄새도 안 좋다.
내가 만약에 이곳 사람이고, 내 앞에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이 지나 간다면 그를 해쳐 돈을 뜯어 낼 것 같다.
충분히 내가 여기서 무슨 사고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생명에 위협을 느끼자, 땀이 조금 나기 시작하더니 온 몸의 신경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이 곳에서 벗어나자. 앞에서 오는 사람의 거동을 수상히 여기기고 하고, 차량은 더더욱 조심하고...
한 10분 정도 빠른 걸음하니, 다시 사람 많은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내가 여태까지 봐았떤 곳이 관광지라 그런지, 터키 못 사는 나라 아니네. 이랬는데. 터키 못 사는 사람도 많았다.
나름 생명의 위협을 느끼긴 했지만, 터키의 이면을 본 것 같아. 가치있는 체험이라 생각한다.

걷다 보니 큰 건물 벽이 나왔다. 뭔지 싶어 그것을 따라 주욱 갔다. 시장이 나와 이집션 바자르 근처라 생각했다.
기념품 가격을 보니, 확실히 중심지 보다 1-2리라 정도는 저렴하다.
다만 그 정도 가격 유인으로 여기까지 사러 올 사람은 없을 듯.
이것 저것 보다 나의 눈을 뜨게 하는 게 상품이 있었다. 바로 중고 핸드폰!
가판대에 올려진 것들을 보니, 갤3, 아이폰 등 피쳐폰이 아닌 최신 스마트폰이다.
아... 그러고 보니.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겠지만, 분실폰들이 여서 팔리는구나 싶었다.
여기 피쳐폰 안 쓰는 사람도 많던데. 스맛폰을 쓸 그런 환경이 구축됐나 의문이 들고.
이런 불법이 횡행하는 걸 정부에선 그냥 눈 감고 있나 이런 뭐 생각도 들었따.
내가 벽을 따라온 큰 건물을 보니 이스탄불 대학교였다. 정문이 공사중이었다.
(보안 상의 이유인지, 일반 사람들은 학교내 못 들어간다. 학생들도 학생증을 보안원에게 보여주고 출입한다.)
여차저차 하다보니 결국엔 랜드마크 하나를 찾았고, 도보 여행도 정상궤도에 다시 올랐다.

 

 

최신형의 중고폰,,, 심히 불법같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22. 18:20

 

오늘은 변두리 일정이다. 보스포러스 해협 페리 탑승 후 구시가지 도보 투어.
11시 10분 쯤에 나와 걸어갈가 했는데. 가서 헤맬 것을 고려해 트램을 탔따.
에미뇌니에 도착하니 20분 좀 넘은 시각이다. 선착장이 여러개 있는데. 내가 타려고 하는 것은 없다.

 

 배 타는 선착장, 요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함.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은 뒤, 투욜은 어서 타는 거냐고 물으니 주욱 가란다.
주욱 가도 애매모호해서 중간에 내가 타려고 한 배처럼 보인 배에서 10리라 이러길래 그냥 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사설 업체 배로, 투욜보다 2리라 저렴하다. 투욜을 타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찌만
멀리서 봤을 때 큰 차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뭐 이래저래 이득인 듯 싶다.

 

날이 춥다. 여기도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바닷바람이 차다. 2층 갑판에서 바람을 좀 쑀으나 오래있지 못 했다.

배에서 본, 갈라타 탑

이스탄불에 정박중인 크루즈호

 

보스포러스에서 보는 돌마바체흐와 루멜리 히스라를 사진에 담았다.

 

 

 

배는 루멜리 히스라를 기점으로 다시 턴 해 돌아온다. 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출발지와 기항지가 조금 다르다. 내리니 고등어 케밥 파는 곳이 있어 5리라 주고 사먹었다.
케밥이라기 보단 그냥 햄버거다. 바게뜨 빵 사이에 야채와 고등어를 곁들인. 맛은 잘 모르겠다.


 

 

크루즈 투어 내리는 곳에 바로 좌판을 깔고, 고등어 케밥을 판다. 근데 진짜는 여기 아닌 갈라타 다리 옆에 있다는 것

이런 거 보면 이 사람들도 은근히 성격 급한 것 같다.
빵 따로, 고등어 따로 먹어도 될 것은 걍 한 번에 때려 넣었으니 말이다.
고등어 햄버거라. 참. ㅎㅎㅎ 내 평생에 또 언제 먹겠냐만은...ㅋㅋㅋ

부담 없이 길거리에서 고등어 케밥을 먹는 사람들. 우리나라 포장마차처럼 정겨운 모습이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22. 16:34

 

이왕 카라카이역까지 가까워진 이상. 숙소까지 걷기로 했다. 지도도 있겠다.
튀넬 노선을 따라가면 되기도 해서. 길 찾을 걱정은 안 했다.
그러다 지도와 튀넬 노선과 다른 분기점이 나타났따.
안전하게 가려면 튀넬 노선을 따라가야 하고. 그래도 좀 더 새로운 것을 보려면
지도를 따라가야 했다. 나는 뭐 시간도 많기에 지도를 따라갔다.
그러니 바로 새로 보는 악기 거리가 나타났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었으면 우리나라 가격대와 비교해봤을 텐데.
그러질 못해 아쉬웠따. 조금 걷다보니 갈라타 탑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한국인들 여러 무리가 보엿다.
멀리서 봤기에 정확하진 않앗으나 내가 확신한 이유는 단 하나. 머리 색깔도, 얼굴의 생김새도 목소리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멀리 있어 판독 불가했다. 그럼에도 내가 단언컨대 한국인이 맞다고 생가한 그들이 입고 있는 옷 때문이었다.
멀리서도 형형색색 화려한 등산복은 모두가 아웃도어 전문인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참. 이런 곳까지 그렇게 아웃도어를 챙겨 입고 왔어야 했을까 싶다.
외국인들이 보면 정말 대한민국 아웃도어 강국인 줄 알겠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갖고 있는 옷 중에 그래도 비싼 옷들이 저거 였을거고. 외국 온다 챙긴 게 그래도 그런거였을텐데...

갈라타 다리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가이드의 말을 떠올려 조심히 그리고 주위를 경계하며 걸었다.

 

갈라타 다리에서 본 예니 모스크, 새(new) 모스크란 뜻이란다.
영화 Taken2에서도 나왔듯, 밤에 다리 건너편에서 보는 게 제일 멋있다. 

 
원래는 트렘 길을 따라 걸어야 했으나, 환해 보이는 시장 골목 같은 곳이 내 눈길을 끌어 그리로 향했다.
오오. 그렇지 여행의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지. 예상치도, 계획치도 않은 곳에서 무언가 만나는 기쁨.
나는 한 번더, 임어당 생활의 발견 여행이란 오라는 데는 없지만 갈 데는 많다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신나게 옮겼다.
터키 서민 시장이구나. 그렇지. 오길 잘했다 하며 내 정해진 거 없는 발길 여행의 장점을 느꼈다.

다양한 치즈, 견과류, 생선이 판다. 보스포러스에서 잡힌 생선도 여기에서 판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는 이집션 바자르로 가이드 책에 나온 곳이다. 그래도,,, 애초에 의도햇던 것은 아니니...
내가 새로 발견했다는 그 기쁨은 많이 경감됐지마는 그래도,,, 의도치 않은 행위에서 뭔가 발견한 재미는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왠지 내가 이스터릴 거리에서 샀던 젤리도 여기서 사는 게 더 싸지 싶었다.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안타까움 마음. 추스리며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끝이다.

*이집트 바자르는 이집트와 무역에서 얻은 관세로 시장이 지어져서 얻은 명칭이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22. 16:20

 

오래 걸으니 다리가 아팠다. 여행은 여행이지, 극기 체험이 아니라며 버스를 탔다.
다행이도 빨리 42번 버스가 왔다. 아까 왔던 탁심 광장에서 내렸다. 어둠이 내렸다.
저 멀리 이스터릴 거리라 새겨진 간판이 보인다. 우리나라 명동거리라 불려 발걸음을 옯겼다.

이스터릴 거리 입구


설마 내가 살게 뭐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명소라니. 가보기로 한다. 제일 먼져 보인 것은 지상튀넬.
마치 우리나라 조서시대의 전철처럼. 야인시대에 나왔던 그런것처럼. 작고 소박한 뭐 그런 멋이 있다.

 

  

튀넬에 매달려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차가 출발하면 어디선가 뛰어들어와 저렇게 타는데 부정승차가 아닌가 싶다.

 

이 곳은 벌써 크리스마스다. 거리 장식이 화려하다. 터키 젤리가 유명하다는 말에. 사람들 줄 기념품으로 4상자를 샀다.
맛은 못 봤다. 걍... 사다 주는 게 중요한거지. 뭐. 이런 생각에 스스로를 합리화 한다. 맛 없으면 말고. ㅎㅎ

 

그리고 트램바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비프 그릴을 먹었다. 가격은 콜라 포함해 24리라.
서비스값 포하해 26. 몇 리라를 지불했다. 뭐... 좀 비싸긴 한 것 같다. 이제 비싼 건 안 먹어야 겠다.

그래도 제법 맛은 있었다. 푸짐한 고기와 야채.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22. 15:54

 

돌아가는 길은 버스 대신 도보다. 보스포러스해 낚시꾼들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그들이 잡은 물고기는 생각보다 작다. 성인 손가락 2-3개 만하다. 그럼에도 양동이 한 가득이다.
이걸 잡아다가 팔까? 집에서 먹을까? 싶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이렇게 양동이 채로 잡아 제낄텐데.
꾸준히 물고기가 있는 이 바다라는 놈의 생산력이 다시금 놀랍다.

 

 

 

한가로이 보스포러스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그들은 해외여행 온 나를, 나는 평일 대낮에 낚시하는 그들을,,,  우리는 서로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을 뒤로 한 채 다시금 걷는다. 해안에 정박 중인 요트가 참 많다.
이런거 보면 터키는 잘 사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무엇으로 잘 살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이 곳은 역사적인 부촌. 십자군 원정 이전 때 부터 상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
 터키는 나라 전체가 잘 사는 게 아니라, 부가 특정 계층에 편중 돼 소득격차가 심한 것)

 

 

정박중인 요트와, 해안가의 별장들

터키하면 생각나는 회사나 제품도 없는데. 그런거 보면 정말 관광 산업에만 의존하는 걸까?
해안가 요트 만큼이나 즐비한 별장이 경제력을 웅변한다. 여기는 그래도 아직까지 중국 자본은 없는 듯.
적당히 출출해 중간에 와플 하나를 사먹았다. 한화로 약 7천원. 생각해보면 비싸긴 한데.
여행이란 한시성이 소비를 합리화한다. 우리나라 천원짜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안에 발라주는 크림 종류만 4가지. 그리고 과일 및 견과류 등 여러가지를 넣어준다.
포크로 찍어 먹어야 할 정도. 이런 상품을 우리나라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만약에 이걸 국내에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너무 달아 느끼했다. 그래서 양이 많지 않았음에도 헛배가 불렀다.

칠천원 짜리 터키식 와플 제조 과정, 와플의 프리미어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들어가는 게 많다.

 

가는 도중 어떤 아저씨가 간판 뒤에서 소변 보는 걸 보고
이슬람 국가라 해서 사람이 크게 다르진 않음을 확인,
나 역시도 중간에 볼일을 봄으로써 화장실 이용료 600원을 아꼈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16. 18:11

 

그리고 루멜리 히사르행 버스를 타려, 탁심 광장으로 갔다. 이동수당은 튀넬. 케이블카처럼 생겼다.
지하에 있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런데 가이드 책 버스 노선도를 자세히 보니 여기까지 안 올라오고 돌마바체흐 근천에서 타는 게 더 편했을 것 같다.
머리가 나쁘면, 확실히 손 발이 고생한다. T40번 버스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 봤는데, 잘 안 보였다.
지도를 보면서 시내 버스정류장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상인이 내게 무얼 찾냐고 묻는다. 나는 T40 버스를 말했고.
그는 친절하게도 잘 설명해 줬다. 괜히 상인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의 도움으로 차고지 같은 곳을 찾았고. 방금 t40버스가 지나 가는 것을 봤기에 다음 차를 기다렸다.
시간표를 보니 한 39분 뒤에 오는 거라 살짝 짜증 났다. 방금 운행을 마치고 돌아온 어떤 기사님에게 T42 버스를 가리키며
루메리 히사르???라 묻고 예스란 회답을 받은 후 버스를 탔다. 가이드 책에도 없는 정보를 현지에서 셀프로 찾는 것도 뿌듯~

버스 앞 디스플레이에 정류장 순서가 나온다. 루멜리 히사르 정류장이 보이질 않아 주욱 신경 쓰고 쳐다봣다.
그렇지만 이내 못 가 보스포러스 해안이 내 집중력을 흐렸다. 우와 이렇게 시야가 탁 트이다니. 내 시선은 두 곳을 번갈아 봤다.
이내 18번째인가 19번째인가 루멜리 히사르 텍스트가 떴고, 나는 마음 편히 바다를 봤다. 이 곳은 정말 천혜의 자연환경이구나.
바다가 삶의 터전과 밀접해 있는데 그게 얌전해 사람을 위협하지 않고. 낚시와 레져, 감상의 수단으로만 쓰이다니. 복받았다.
우리나라 바다는 어떤가? 김훈의 흑산을 보면, 남편과 아들을 잡아 먹어 두렵고 원통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 너무 대비된다. 여기엔 심청이 같은 전래동화가 당연히 없겠지???
평일 대 낮에 한가롭게 낚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니. 그런 생각이 아니 들을 수 없다.

실수로 한 정거장 전에 내렸다. 뭐,,, 실수해 좀 그렇긴 하지만, 바닷가 한 정거장 걷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한 5분 걸어 도착했다. 입구를 찾아 들어가려 하는데. 문이 닫혀 있다. 이상해 책을 보니, 목요일 부터 연단다.
여긴 이렇게도 쉬는구나. 뭐지 싶기도 하지만, 자세히 확인 안 한 내 잘못이다.

 

낚시꾼들을 비롯, 조깅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저 망루에 있었을 병사들은 얼마나 여유롭고 한가했을까?

루멜리히사르는 술탄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하면서, 흑해로부터의 지원물자를 차단하기 위해 건립한 군사시설이다.
반대편 해안까지 약 800미터로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틀어 제일 좁은 구간이다.
위에서부터 보급 물자를 실은 배가 오면 여기서 포탄을 쏴 격추시킨다.
갑자기 요것과 비슷한 강화도 초지진등이 생각났다. 병인양요 때 미국배는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좁은 해로를 타고 올라왔다.
강화도 쪽에 있는 초지진 등이 외국배를 보자 포탄을 발사했고, 미국 병사들도 그 시끄러운 소리에 죽음을 예상했지만,
미국 배는 단 한 척의, 단 한명의 물적, 인전 손실 없이 안전하게(?) 해로를 거슬러 올라, 육지에 닿았다.  
조선의 포탄이 100m 채 안 갔기 때문이란다. 1493년도와 1860년대에 400년의 시차가 있지만,
조선의 군사 기술력은 400년 오스만 제국만 못하다. 그러니 개 털렸지...
아무리 사농공상이라 기술력이 인정 못 받는 시대라 하더라도... 너무 하다 싶다.

 

예전에 강화도 트래킹 시, OO진에서 찍은 사진. 조선의 포탄은 무거워, 바다와 바다 사이를 넘지 못 했다.

 
강화도에 시설이 미비했던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중세까지 조선에게 적이란 위쪽의 오랑캐와 아래의 왜구였으니깐.
둘 다 육지로 침입하니깐, 선택과 집중 관점에서 강화도는 전략적 요충지가 아니라 투자를 덜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극은 조선의 군사력이 전, 후방 가리지 않고 취약했다는 데 있다.  
중국과 사대관계 속에서,,, 대국의 우산만 있으면 그 어떤 비도 피해갈 수 있다는 조선 지도층의 비루한 세계관은
제국주의가 몰고올 비가,,, 중국이란 큰 우산도 작살 낼 수 있다는 태풍이었음을 몰랐다.
그리고 지도층들의 무능력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고생을 초래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16. 17:13

 

우리나라 초등학생 같은 어린애들이 많이 보였다. 나에게 먼져 헬로우라며 알은 체를 한다.
유럽인은 많이 봤어도 아시아인은 아직 못 봐 신기했나보다. 나도 반갑게 화답하며 표를 끊었다.


터기의 초등학생들, 우리나라 학생들이 경복궁이나 불국사 가듯, 그들도 이리로 소풍 왔겠지???

공항 검색대의 그것 같은 거를 통과하고. 배낭은 반입이 안 돼 입구에 맡겼다.
궁 입구에 줄이 길어 가까이 가 보니 개인 관람은 안 되고, 가이드 입회 하에 단체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문화재 홰손 위험이 있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따. 어쨌든 기다리는 동안 궁전의 조형물이며
건물 무늬, 청동 화분 사진을 찍었따. 어쩜 이렇게 세세한 것 까지 신경 써 만들어 놨는지 신기했다.

 

말 그림이 무슨 그리스 로마 신화 내용인 줄 알고 자세히 봤는데, 순간 여기는 이슬람의 터키라는 걸...

 

 

 

화려한 대리석 문양들, 찰흙도 아니고 어쩜 딱딲한 대리석을 요롷코롬 정교하게 조각했을까... 신기...

 

악어와 싸우고 있는 사자, 궁전 조각품들이 모두 술탄의 품격와 위엄을 드러내는 데 적합한 거 같다.

 

이슬람의 정통 문양 혹은 문자 같은데, 무슨 뜻인 줄 모르겠다.

 

 

12시 좀 안 돼 가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160이 좀 안 돼 보이는 여성이었다.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등의 주의 사항을 말하고 본궁 관람이 시작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사진 찍으려면, 비싼 돈 주고 특별관람을 해야한다고 한다.
나는 들어서자 마자 그 화려함에 입이 쫙 벌어졌다. 이게 로코코 양식이랬나?
무튼 카페트, 대리석, 크리스탈, 그리고 규모...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사진 못 찍는 게 아쉽다.
화려함의 극치 속에  코끼리 상아탑 장식이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마음에 상아를 찍은 엽서를 샀지만 확실히 내 감상이 담기지 않아 부족하다.
궁내를 둘러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구경한 신라 호텔 VIP 객실이 생각났다. 비슷한 느낌이다.
신라호텔 리모델링 디자이너들이 유럽 궁에서 힌트를 얻은 게 아닐까 싶다. VIP 끝은 황제 코스프레니깐.
정말 그 크기와 규모가 한 동안 잊혀 질 것 같지 않으며. 앞으로 어딜 가든지 여기 이상의 화려함은 못 볼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 왕들의 검소함이 대비됐다. 솔직히 하려면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경복궁 그 이상 못 했을까? 중국 황제의 화려함은 넘어 서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날 톱카프궁전(구 궁전)을 둘러보며 내 생각이 좀 잘 못 됐음을 알았다.
매우 화려한 돌마바체흐(신 궁전) 대비 아주 소박하며, 검소했다. 이 돌마바체흐가 20세기 전후로 해서,
약해진 술탄의 권위를 세우고자 재정의 파탄을 무릎쓰면서까지 공사를 진행한거라 매우 화려할 수 밖에 없었다.
경복궁을 재건한 흥선대원군이 생각난다. 국가 내외부적으로 힘들었던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후, 터키는 아타튀르크에 의해, 조선을 일본에 의해 나라의 주인이 바뀐다.
떨어진 국력이 좋은 건물 세운다고 회복되나?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위신을 명품(브랜드 & 재력)으로 대신한다는 것도 비슷한 문제라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외전(업무공간)에 속하는 셀림 관람을 다 하고, 내궁(숙소)에 속하는 하렘을 갔다.
왕의 사적 공간. 외전의 화려함이 이런데 생활 공간은
얼마나 더 화려할까 싶엇다. 여자들이 잇는 공간이 더 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았지 싶은 생각에서다.
근데 오히려 화려한 양식은 매우 자제한 느낌이다. 규모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확실히 구성하고 있는 내용물이 소박하다.
보이는 것은 화려하게 안으로는 내실있게란 측면에서 균형을 맞춘 느낌이다.

어디를 가든, 화려한 대리석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돌마바체흐는 보존해야 할 유물과 역사지만,
이 화려함을 만들기 위해 착취됐을 당시 민중들의 피와 땀은 누가 기억하려나...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16. 16:38

 

8시 못 되서 일어났다. 아침 먹으며, 금일 스케쥴도 정리할 겸 테라스로 올라갔다.
아침 준비가 한창이다. 냄새가 좋다. 이른 시각이었는지 나 말고도는 아무도 없었다.
어제 18리라 주고 사먹은 아침에 비하면, 향연이다.
빵, 햄, 치즈, 토마토, 오이, 삶은 계란 등은 기본이고 과일 말린 거, 양념 계란,
각종 반찬, 오렌지, 석류 쥬스, 콘 프레이크, 오렌지, 등등의 각종 후식까지.
가장 맛있었떤 것 양념과 감자 튀김이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한다.
내가 탭북으로 작업하고 있으니, 일하는 사환이 와서 신기해 하더라. 이게 IT 강국 코리아다! ㅎㅎㅎ

 

 

 

빅애플의 조식, 식비를 아껴야하는 지갑 가벼운 여행자에게 아주 훌륭한 만찬이다.

양말과 속옷 빨래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신시가지 투어. 돌마바체흐, 루멜리 히사르, 이스터릴 거리 투어다.
배낭을 메고 나섰는데. 뭔가 개운치 않다. 전일 일정이 좀 타이트 했던 지 피로감이 있다.
여행이 마냥 좋을 수 있겠냐만은 이렇게 피곤하면 사실 할 맛이 안 난다.
아무래도 전일 술탄아흐메트와 아야소피아 성당을 봤을 때 그 감흥 이상을 뽑아낼 게 있을까
이런 체념적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진 않다. 첫날 좋다고, 막 스퍼트를 내면, 다음 일정이 밍밍해진다.
그런면에서 시간이 좀 있는 여행은 일정의 밀당을 잘 조절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트렘을 타고 신시가지로 넘어갔다. 갈라타 대교에 낚시꾼들이 많았다. 이 트렘이 골든혼을 지나고 있다.
지도를 보니, 이 갈라타 대교 오른쪽으로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 술탄의 해군을 막기 위해
쇠사슬이 걸쳐져 있던 자리가 아닌 가 싶다.

 

출처 : 술탄과 황제(김형오)

카바타스 역에서 내렸다. 이정표가 없어 조금 헤맸지만,
사람들 많이 가는 쪽으로 횡단 보도를 건넜고. 지도에 나온대로 걍 북쪽으로 향했다.
조금 가니 부두 비슷한 게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에미나뉘 쪽에서 이리로 향하는 배가 선다.
카바타스에서 보이는 바다가 멋있어 사진을 좀 찍었다. 육지에 둘러쌓여 온순한 바다라 그런가.
우리나라 동해나 일본 같았으면 바다 근처에 건물 진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텐데.
한 5분 정도 가니 궁이 멀리서 보였다.

 

 멀리 본 돌마바체흐, 흐린 날씨와 대리석 회색이 잘 어울려 침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옛날 제네바 상인이 그랬듯, 흑해와(동유럽) 지중해(이태리 등)를 잇는 보스포러스해협에는 배가 많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4. 2. 7. 00:13

 

숙소로 올 때는 트렘을 이용했다. 여행이 격오지 체험은 아니니깐. 적당히 체력을 아껴야 한다.

 

 

 

유서 깊은 도시에 트렘이란 신문물이 제법 잘 어울린다. 밤이 되니, 더욱 빛나는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 근천 오르막길, 옛 정취가 진하다.

양탄자 짜는 소년

 

그리고 술탄마흐메트 앞에서 야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삼각대 가져오길 참 잘 한 것 같다.
사진을 찍고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 오더니 이런 저런 말을 건다.
이스탄불은 처음이냐, 누구랑 왔냐, 얼마나 머무르냐 나는 여기 출장차 왔다.
두바이에서 일하며 삼성 LG 알은 체를 한다. 자기 아이들 사진도 보여줬따.
뭐 담배 피냐면서 한 개 권하기도 하고, 불을 빌려 달라기도 하고.
자기 숙소 근처에 거대한 파티가 잇다는데 같이 가자는 둥...
나는 친구가 숙소에서 기다린다며 적당히 거절했따.
그리고 또 한 10분 있떠니 2 명이 건너와 내게 이런 저런 말을 건다.
휴가차 왔따. 자기는 부산에 있었다. 주량이 5병이다.
근처에 살사 댄스가 잇다. 내게 같이 가자고 한다. 내가 피곤하고 춥다고 하니, 거긴 따뜻하다. 가면 좋다. 이런다.
내가 그럼에도 거절하니 살짝 짜증까지 낸다. 짜식들. 세상 살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아냐? ㅎㅎ
나쁜 짓을 할려도 티 안나게 해야지. 쯧쯧. 그들은 자기들 성에 못 이겨 뭐라뭐라 그러며 돌아갔따.
한국 사람에게만 그러는지, 아니면 혼자인 관광객들에게 그러는지. 잘은 모르겠찌만 그들의 패턴은 비슷하다.
어서 왔냐며 친근감을 유발한 뒤, 공통의 화젯거리 예를 들면 삼성, LG, 소주 등 한국에
관한 얘기 등을 씨부린 뒤, 혼자인 관광객의 향수(외로움)을 자극해 베네핏(여행지에서 일탈)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만약에 그게 즉시성이 아니라 1,2일에 걸친 작업이었다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당장 남 사기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블루 모스크 야경


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술탄 아흐메드 쪽으로 걸어가 사진을 다시 찍었다.
그런데 아까 내게 수작을 걸던 2명이 친구로 보이는 다른 2명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게 보였따. 지들도 머쓱하겠찌.
그런데 그 중 내게 짜증을 냈던 한 명이 내게 레이져 포인터로 짜증을 낸다.
노골적으로 내 카메라에 자기의 레이져 포인트로 장난 질을 친다.
쪽수가 많아 알고도 모른 체 했따. 살짝 긴장한 순간이다. 그리고 애써 모른척 내 갈길을 갔다.

씻고, 뭐 이것저것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양키가 맥주 마시러 가잖다.
피곤하기에 나는 잔다고 했는데. 그와 앞에 있떤 중국인이 막날이란 걸 자고 난 다음 알앗다.
그럴 줄 알았으면,,, 간단하게라도 할 걸 조금 아쉬웠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