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에 있는 후에는 응우엔 왕조의 수도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주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아침 먹으며 하루 일정을 논의했다.
성 중심으로 하루 돌고 강 주변 좀 걸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친구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다소 거리가 있는 왕릉을 가자고 한다.
나 역시도 나쁘지 않아 이왕 갈거면 운동 삼아 자전거로 가자 했다. 비용은 대당 2$ 하루 종일. 역시 저렴!
지도를 보니, 길이 썩 나쁘진 않다. 그 전부터 눈으로 익숙해진 혼란이었지만,
막상 차도 중간으로 들어서니 긴장 된다. 바람에 모자가 날리기도 하고,
모자가 아래로 내려와 얼굴을 덮기도 한다. 혹 차가 많을 때 모자가 내려와
앞이 안 보이기라도 한다면 바로 사고다 생각하니 아찔했다.

얼마 안 되는 길이긴 하지만, 초행이기도 하고 길도 불편해 길게 느껴졌다.
흐엉 강 옆으로 난 도로를 달린다. 몸은 더웠지만 마음은 시원하다.
근심 걱정도 없고, 여행지에서 나름의 스피드도 즐기니 답답할 게 뭐있나.
중간에 무슨 기념인지 추모인지 모를 건축물 앞에서 잠시 쉬었다.
한 30분 된 것 같은데, 친구가 벌써 힘들어 한다. 평소 운동부족이겠거니 했다.

Đài tưởng niệm chiến sĩ trận vong라고는 하는데 정확히 뭔진 모르겠다. 암튼 쉴 공간이 있는 곳
후에 역을 앞에 두고 길을 잘못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왼쪽으로 내려왔다.
한 10분 정도 가서야 잘못된 것을 알았다. 더운데다 친구가 힘들어해 많이 미안했다.
그럼에도 뭐 어떡하겠는가. 초행인데다가, 표지판도 어려우니 헤맬 수 밖에... 쩝...
다시 온 길로 돌아가는데 아무래도 친구가 심상치 않다. 먼저 가라고 앞으로 보냈더니, 잘 못 간다.
자세히 보니, 체력 문제가 아니라 자전거지 싶다. 잠깐 바꿔 타보니 확실히 잘 안 나갔다.
바퀴에 바람이 좀 빠져 물컹 거렸다. 아 이러니 안 나가지... 바꿔 타자 했으나
친구도 미안해선지 일단 됐다고 그런다. 어차피 중간에 바꿔 탈 것 같긴 하니깐,,,
나도 굳이 지금을 강권하진 않았다.
후에 역을 지나 마을 길 안쪽으로 들어섰다. 길도, 표지판도 안 좋아 자주 섰다.
주민 사람들에게 안 통하는 영어와 바디 랭기지로 뚜득릉을 물어봤다.
그러던 와중 친구가 주저 앉았다. 말은 안 해도 거의 GG나 다름 없다.
자기는 더 이상 못 가겠고, 나한테 피해도 주고 싶지 않으니 숙소로 돌아가겠다 했다.
여행이 뭐 국대 경기도 아니고, 정신력으로 버티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까지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혼자 가기도 뭐하고
욕심으로 친구를 부추기면 더 지칠 것 같고,,, 내가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얘도 돌아가서
쉴 수 있을 것 같아 조급했다. 사람이 과정 중에 있으면 확실히 주객이 전도 되기도 하고,
다양한 패가 안 보인다. 그래서 여행의 원래 목적과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의 의의를 생각했다.
무튼 오늘 일정에서 뚜득릉을 다녀오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친구와 함께 하는 베트남 여행에서는
굳이 뭐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그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뜨득릉이 뭐 절대 비경도 아니잖는가.
그래. 일단 최악의 패는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대안을 생각해봤다.
얘의 문제점은 체력이 아니라, 자전거였고. 나는 그나마 체력이 있으니 바꿔타는 것을 생각했다.
내가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어차피 왔던 길 좀 오래 걸리더라도 길은 아니깐 걸어오면 된다.
다만, 친구가 자존심 상해하거나 미안해 할 수 있기에,,, 내가 힘들어 뒤질 것 같으면 언제든 돌아오거나
멀쩡한 자전거를 번갈아 타는 안을 제안하면 될 것 같았다. 그 역시 미안해하면서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뭐 언제든 돌아오면 되니깐, 행동의 퇴로를 열어두면 치열함이 떨어지지만 어쨌든 당장은 자유롭다.
마을 안으로 들어오기 전엔 아스팔트 평지였는데, 여긴 다소 경사가 있는 시골길이다.
한 10분 타니, 확실히 버겁긴 하다. 이제 반 정도 온 것 같은데, 휴 깝깝하다.
어찌됐든 중간에 내가 먼저 쉬자고도 했다. 시간의 테이프가 있다면 주욱 늘어나 버벅되고 길게 느껴졌다.
젠장. 내가 먼저 제안한거니,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후회스럽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겨우 뜨득릉에 도달했다.
와서 좋긴 한데, 갈 생각에 벌써 마음이 무겁다. 에이 모르겠다. 걸어가면 되지 뭐. 썅. 이러고 표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