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과음으로 11시쯤 일어났다.
셋다 수영을 좋아하는 터라, 비싼 돈 주고 수영을 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수영'이라는 운동 보담 '호텔 수영장' 체험에 관심이 많았다.
이용료 각 2만원과 J와 D의 수영물품 대여료 각 8천원씩 도합 76,000원의 지출이 있었다.
12시에 들어가 충분히 수영하고, 좀 쉬고 3시에 나왔으니 본전은 뽑은 셈.
사우나는 수영을 하면 이용할 수 있게끔 붙어 있는데, 금호강변을 바라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수영장에는 총 4개 레인이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 계셨다. 조용하니, 우리끼리 놀기 좋았다.
그러던 중 나의 제안으로 각자 수영하는 폼을 영상으로 찍었다. 모든 운동이 자세도 무시할 수 없는데,
물 속에서 하는 수영은 타 운동에 비해 내 폼을 보기가 힘들다.
찍은 걸 보니 자유영은 그런대로, 접영에서 팔이 좀 이상한데, 셀프 진단과 교정이 가능해 좋은 것 같다.
시간이 애매해 따로국밥집은 패스하고, 바로 포항으로 넘어 갔다.
대구에서 포항은 차로 1시간 거리. 이젠 새로 생겼다고 말하기도 뭐한 대구-포항 도로를 타면 금방이다.
군에 있을 때 나도 이 거리를 몇 번 곧잘 왔다갔다 했다. 그때는 진짜 생긴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운전병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당시 나는 짬 먹은 병사의 권리를 활용키 위해 코골이 수술을 받았다. 굳이 안 받아도 생활에 불편은 없었는데,
이때 아니면 언제 무료로 하나 싶기도 하고 나름 뺑기질 부려도 뭐라할 선임이 없기에 기꺼이 수술을 받았다.
대구, 경북권 몸에 문제 있는 병사들이 모이는 곳이 대구통합병원인데, 수술 전 진료 및 검사 같은 것들을 받기 위해
군대용 앰뷸런스를 타고 여기를 왔다갔다 했다.
출처 : 뉴데일리 12.01.18
윗 사진이 그 앰뷸런스인데 저기에 사람이 꽉 차 움직이기도 불편하다. 창도 없어 밖도 못 본다.
그럼에도, 기어코 나가려고 애썼다. 아련하고, 애틋하고, 안쓰러운 20대 내 젊은 날...
군인들에게는 사소한 행복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 어디라도 바깥 공기를 쐬면 좋다라는 것이다.
비록 그 시간이 짧고, 돌아갈 것이 명확함에도 잠깐이나마 일탈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것이 좀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불편이다.
군대 차가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10년전만해도 구식이었다. 나 말고도 아픈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 항상 차는 만원이라
비 좁은 공간에서 무릎을 좁히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왔다갔다 2시간이면 삭신이 쑤신다. 병 떼러 갔다가 병 얻고 온 셈이다.
그리고 외진에는 왔다갔다, 거기서 또 뭐 접수하고 기다리고 하루가 다 소요되는데 일반 전투중대원들은 눈치가 보이겠지만
나 같은 행정병들은 일이 쌓인다. 다녀와서 야근을 필히 한다. 그러고 보면 멘탈적으로도 이로울 게 없는 것인데도...
그 잠깐의 일탈이 주는 행복감을 보고자,,, 참 건수만 있으면 나가려고 했던 모습이 안쓰럽고, 우끼기도 하고...
이따금 선탑자 재량으로 중간 휴게소에서 한 번씩 쉬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차로 1시간 거리인데 쉬는 게 좀 우끼기도 하다.
선탑자도 군인이였고, 그도 일탈을 즐겼으리라. 그러면 휴게소에서 이것저것 사먹었는데, 막상 PX보다도 초코바며,
음료수며 더 비쌌는데 무슨 허세로 그걸 사 먹었는지??? ㅋㅋㅋ
창밖으로 청통휴게소가 보이니, 아련하게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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