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5. 1. 17. 18:49


군 생활하면서도 부대 인근에서 회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맛집은 모른다.

숙박과 식당을 겸하고, 우리가 있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장사명품회 대게 전문점을 들어왔는데

관광지기 때문에 바가지가 신경 쓰인다. 메뉴판의 대게 가격을 보니, 싯가라고 쓰여있다.

회를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산지 대게를 먹을까 하는 마음에 대게를 고집한다.

가격을 물어보니, 일반 대게는 마리당 7만원. 남자 3명이서 괜찮게 먹으려면 2마리.

배부르게 먹으려면 3마리는 먹어야 한단다. 3마리는 다소 오바인 것 같아서 2마리만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게를 고르러 갔는데, 크기와 생김세가 다른 놈들이 다소 있다. 주인장 아저씨가 박달대게라고

가르킨 놈들은 찝게발에 완장을 차고있으며, 크기도 실하고, 생긴 것도 상남자다

가격을 물어보니 마리당 15만원. 영덕대게도 맛있는데, 그 중 끝판왕이 박달대게라고 말한다. 

상술 같은 말투에 경계심이 들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보랴 하는 아쉬움이 기어나온다.

일반 영덕대게와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니, 확실히 맛이 다르다고 한다. 이거 먹으러 서울서 내려오고,

이거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일반 대게 못 먹는다고 말한다. 혹하는 마음에 작은 것은 없냐고 물어보니

아까 고른 놈들과 비슷한 놈들이 마리당 12만원이다. 7+12만원 짜리를 고를까 고민했지만, 

나의 욕식만 무작정 고집할 수는 없었다. 직장인인 나는 뭐 상관 없지만, 

집은 잘 살아도 당장의의 현금은 별로 없는 이 놈들에게는 그래도 큰 부담일 수 있었다.

아쉬움을 접고, 아까 그놈 2마리 주세요하고 가게로 들어선다.


화장실 다녀온 친구 한 명이 너무 비싼거 아니냐 살짝 타박했지만, 막상 맛을 보니 제일 맛있게 먹는다.

전에도 대게는 먹어 본 적이 있었지만, 그것들의 맛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담백하면서도 달달하고, 향도 오래가고... 우와 이게 대게고. 이래서 사람들이 대게대게 하는구나.

대게의 깊고 깊은 맛에 모두들 정신이 나갔다. 서울에서 먹으러 오는 이유가 있었고, 일반 대게도 이런데

박달대게는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면서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시중의 나온 큰 게들은 다 숫놈이다. 암컷은 수종보호 때문에 어획이 금지 돼 있다.

박달대게는 울릉동 근처 심해에서 잡아오고, 대게의 제철은 겨울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연찮게

제철에 싱싱한 놈들을 먹으러 온 것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석화, 굴전, 오징어 무침 이런 것도 맛있지만,

역시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게 기반의 요리다. 매운탕이며, 게 뚜겅을 활용한 볶음밥까지...

정말 맛있다는 말 이외에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추운 곳에서 떨다 들어와서 그런지 

더 맛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가 동의한 것은 1년에 한 번씩은 부모님 모시고 와야겠다. 이런 느낌!

그런데 막상 현실적으로 말 많으신 부모님들이 여기까지 불평불만 없이 오기란 힘들 것 같다는...ㅎㅎ


그렇게 둘째날도 본의 아니게 안주가 너무 좋아 술을 예상한 것보다 많이 마셨다.

방금 전의 사고도 있고 그래서 분위기가 많이 다운 됐었는데, 다들 사람이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니 아까 일은 언제 그랬냐는듯 웃고 떠들기 바쁘다.

술을 거나하게 먹고도 모잘라 길 건너에 있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더 사왔다.

잘 먹고 잘 쉬고 있구나. 문득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왠지모를 웃음을 날린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