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2. 5. 3. 22:08

반야심경에 나오는 문구다.

실체가 허상이고, 허상이 실체란 뜻이다.

 

언뜻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이는 중요한 문장이 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내 마음 먹기에 따라'이다.

 

간혹 주위에서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산 속에 들어가 사시는 분이 있다.

그 분에게는 수십억의 재산이 덧 없는 허상이다.

자본주의를 사는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수십억이 경제적 자유 및 독립을 부여하는 실체인데 말이다.

 

반대로 무신론자들에게는 성경 말씀은 허상이다.

소록도 천사라 불렸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에게는

지극히 가장 작은 자에게 행하라는 믿음의 실체였다.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신의 사랑을 구현해냈다.

이를 틀렸다. 헛수고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두 분에게는 세상에서 동 떨어지고, 위험한 곳이

신이 함께 하는 공간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달렸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것도

내 마음이 하는 일이다.

 

돼지의 모습에서 탐욕을 볼 것인가?

삶의 유한함을 볼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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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일상2022. 4. 29. 11:04

템플 스테이 비슷한 영상을 보다,

한 참여자의 '소회' 비슷한 장면에 마음이 머물렀다.

 

언뜻 보기에도 손자를 봤을 나이인데,

떠난 부모님에 대한 슬픔이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불효에 대한 마음의 짐을 풀어 놓는다.

 

우리는 누구나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모시지 못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아쉬움이다.

그래서 누구든, 저 분의 소회에 공감하고

아쉬움이, 죄송함이 들 수 밖에 없다.

얼굴과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는 누구나 저 선생님이다.

 

지금의 삶이 윤택하고 안정 돼 있을 수록

그러기 위해 부모님에 대한 마음씀이 부족했을 수록

후회가 클 것이다.

 

중년이 지나 노년에 든

내미래의 모습을 본다.

 

 

KBS 다큐 공감, 은퇴 후 찾아온 경북 봉화 천년고찰(201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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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일상2021. 2. 14. 14:37

길상사는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다.

소유주는 김영한이라고 하는 기생이었는데,

97년에 법정스님께 기증했다.

(백석은 96년 북한에서 김영한은 99년 길상사에서 눈을 감았다.)

 

당시 1,0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라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라고 해서 화제가 됐었고,

몇 년전에 그 사연을 접한 나도 놀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 분에게 백석의 시 한 줄은 어떤 의미였을까?

 

기생이란 직업과 일제 말엽, 청춘이란 배경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멸시와 차디찬 눈총 속에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진 세월을 견디게 해준

힘이 아니였을까? 

 

그 후로도 그 분의 삶은 고난하고 외로웠을거다.

6.25, 군사 독재 정권 등을 거치며

여자 혼자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숱한 남자들을 만났겠는가?

 

그도 시장거리에서 배추를 파는 일반 아낙들처럼

먹을 것 없고, 가난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만나

자식색끼들 낳아 기르는 평범한 여성들의 삶을 부러워 했을 수 있다.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그럴 때 마다 백석의 시 한 구절을 읊조리며,

아름다웠던 그 때, 행복했던 그 날밤을 떠올렸을거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

 

'그렇게 속절 없이 떠날거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왜 했어요...

 

 그래도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당신 때문에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그렇게 둘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못 했을지라도

문학이 돼 영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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