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을 끝으로, 만 4년 3개월의 첫 직장을 떠난다.
남들이 다 아는 이름 높은 회사는 아니지만, 광고 업계 사람들은 아는 작지만 강한 회사다.
처음부터 광고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상경 전공인 내게는 오히려 생소한 분야다.
대학교 4 학년 때, 계속된 서류 탈락으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 지 고민하다
남들에게 좋은 정보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판단, 진로를 광고로 택했다.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업종의 향후 발전성 등을 봤을 때
저 판단이 최선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취업 준비하는데 있어서 한결 편했다.
한 길만 판다는 것은 다른 길은 포기한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타 업종 정보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웅현 CD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 한 권 보고 자소서 썼다.
현 직장과 다른 광고회사 서류 통과했고, 현회사 부터 면접을 봤다.
대표님과 재무쪽 이사님(임원), 국장님 두 분이 면접관이었다.
면접자는 총 4명이었고, 자기소개부터 했다. 나는 준비해간 차차차 멘트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성으로 알차고, 실력으로 꽉차고, 자신감으로 당 찬! OOO입니다.
모두들 웃었다. 신입이었으니깐, 가능했다. 지금이였으면 참... 웃음만 나온다.
면접자 4명 중 한 명이 같이 붙은 동기였는데, 두고두고 차차차의 남자 OOO이라 놀린다.
나름 압박 면접 위주였고, 면접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예전에 기록해 뒀던 것을 다시금 취합했다.)
Q. 복사만 2년 할 수 있겠나?
A. 실은 예전에 저희 매형이 해준 말이 이렇습니다.
'네가 회사가면 처음 한 동안은 복사만 죽어라 할거다.
그 때 짜증내지 말고, 2부씩 복사해서 한 부는 집에가서 봐라'
복사가 필요한 문서는 조직내 필요한 정보고, 그것을 누가 말해주는 이가 없더라도
본인 스스로 자기 분을 챙겨 숙지해 팀 내지는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항시 파악하겠습니다.
Q. 잠깐동안 얘기를 나눠보면서도 알겠지만, 딱 보기에도 OOO씨는 굉장히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선호할 것 같은데 설령 복사가 아니더라도
굉장히 지겹고 따분한 일을 견디며 할 수 있겠나?'
A. 예. 물론 면접관님이 보신 대로 저는 활동적인 일과 창의적인 일을 선호합니다.
여태까지 그런 일들만 편식하며 살아 왔고 지겹고 따분한 일은 되도록 멀리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꿈과 희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겠지만,
스님들이 머리를 깍고 나서 처음 한 동안, 절 청소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그런 일을 자처하는 것은 청소를 통해 절과 친해지고,
자신의 마음을 비울 뿐더러 무엇보다 훗날의 고승대덕의 해탈을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지금의 수련 과정이 자신에게 도움 되는 성장통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Q.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언론, 신문, 방송, 광고를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OOO씨는 국제통상학과 역사를 전공하셨군요.
이러한 경력이 저희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A. 예. 면접관님이 지적하신대로 저는 다른 지원자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저는 광고 비전공학생으로서, 대부분의 언론 혹은 광고 전공 분들이
자신만의 타성 혹은 관성에 젖어 있을 때 제 3자의 눈으로 잘못된 점을 제대로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문제이니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전공자들이 부정의 관성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파수꾼 역할을 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저 개인적으로는 저 스스로 다른 분들에
전공지식이나 해당 방면 지식이 많이 부족하니 평소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는
배수진의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Q. OOO씨는 여기 말고 지원한 회사가 어디 있나요? 면접 경험은요?
왜 대기업이 아닌 우리 회사 선택한 동기는?
A. 예 면접관님이 말씀하신대로 사회통념상 혹은 실제로 대기업 입사하는 게 대부분의 개인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기적인 시각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주변 지인,
매형을 비롯해 선배들의 얘기를 종합해 봤을 때 대기업은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 보다는
이미 잘 갖춰진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고 제 자신이 소모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튼실한 중소기업은 개인이 여러 직무를 맡을 기회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열린 기회를 바탕으로 기업 경영 전반에 과한 실무지식과 광고 기획 영업 제작과
관련된 제반 지식을 바탕으로 엠포스와 함께 성장하는 종합광고인이 되고자 엠포스에 지원했습니다.
Q. OOO씨는 전공이 국제통상인데, 왜 그거 살리지 않았어요?
뒤늦게 광고쪽 뛰어들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게 아닌가요?
A. 면접관님들도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에서 화자는 자신이 가지 않을 길에 대해 아쉬워 합니다. 저는 제가 6월 기말고사를 끝나고
약 보름간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광고쟁이가 되자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비전공자로서 보낸 4년이 늦었다면 늦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저는 프로스트처럼 가지 않은 길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겁장이가 되기는 싫었습니다. 그리고 인생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대학 4년은 충분히
되돌아 와도될 만한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공부 열심히 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저는 공부의 양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평소에 조금씩 하니 시험 때 크게 부담 안 되고
성적 받을 수 있었다.라고 대답했는데 나중에 보니 답을 좀 잘 못 한 것 같았다.
6명 채용 예정 중 나는 11등이었다.
성적으로만 보면 나는 불합격이다. 근데 남자 사원 중 1등이어서 뽑혔다.
꼴등으로 들어온 내가 동기 6명 중 가장 오래 남아 있었다.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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