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4. 9. 23. 23:46

 


그는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알약을 파는 장사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알만 먹으면
마시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 않게 되는 약이었다.

"아저씨는 왜 이걸 팔아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시간을 아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으니까.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봤더니, 이 약들로 매주 53분씩이나
 절약할 수 있다는구나." 장사꾼이 대답했다.

"그럼 그 53분으로 뭘 하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내게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53분이 있다면,
 맑은 물이 있는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효율이 무조건 선은 아니다.

SNS 발달로 멀리 떨어진 지인과 항시 연결 돼 있지만,
그러한 링크 상태가 대인 관계의 질을 보장하진 않는다.
나는 지인의 좋아요 1클릭 보다 그들과 쏘주 1병이 더 좋다.

살 빼는 약이 당장의 지방과 식욕을 제거해 줄지라도
건강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의 즐거움을 모르게 할 수 있다.

효율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시간과 노력을 써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잃게 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세상 쉽게 살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무엇을 얻으려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시간과 노력이다.
설령 빨리 얻었다 해도, 만족감은 크지도 길지도 않다.

설악산 케이블 카 타고 올라갔을 때와,
무박 2일 동안 올라 갔을 때의 뿌듯함은 비교할 수 없다. 

원나잇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이
짝사랑 했던 여자의 손 잡아 주는 설렘과 기쁨보다 클 수 없다.

요즘 드는 생각이다.
빨리 가서 뭐 어쩔건데, 그게 뭐 좋은데.
때에 따라 빠름이 필요하지만,
나는 그냥 내 가고 싶은대로 가련다라고.

내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자고...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