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5. 1. 5. 23:11


회사 규정 상, 승진을 위해 IM2 이상 성적이 필요했다.

이직 첫 해라, 조건 충족과 상관 없이 14-15년은 안 될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핑계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뤘다. 

2달여 학원을 다니고, 처음 본 시험에서 IH 등급을 맞았으니 성공적인 결과다. 


2달 공부한 것 치고 꾀나 만족스러운 성적


회사원이란 신분상, 야근이니, 회식이니... 열심히 하는데 한계가 있고 

연말이라 약속이 많았음을 고려해 봤을 때... 양적인 노력으로 얻은 것은 아닐테다.

그럼 무엇일까? 나 스스로 자문자답 하건데, 아마 평소 내 언어 사고력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가령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모든 스크립트를 다 외우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겠지만, 나는 문서를 구조화하고 각 시트마다 중요한 키워드들을

머릿 속에 피라미드(인과관계, 로직트리) 형태로 집어 넣은 다음에 그것을 외운 후 반복한다.

이는 똑같은 내용일지라도 매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단점은 있지만, 

통째로 외웠을 때 보다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으며, 특히 어떤 부분에서 막혔을 때

전체를 떠 올려 적절한 추가와 삭제 및 스킵이 가능해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탄력성과 안정감이란 장점이 있다.


오픽도 이러한 형태로 스크립트를 외웠다. 초기 인터뷰에서 특정 항목으로 그룹핑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

그것에 최적화된 스크립트를 적었다. 물론 보정은 강사님이 해주셨다. 

토익 700점대의 문법과 표현력은 비루하기 때문이다.

그 분의 도움으로 나에게 맞는 자료들을 구비한 후 습득에 주력했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내가 외운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대답하려 연습했다. 

마치 셜록3에서 애플 도어에 들어가 기억을, 정보를 찾아 오듯이 

나 역시 추상적인 저장 공간에서 질문에 적합한 대답을 서치하고 제시했다.


그럼에도 실력이 워낙에 미천해, 2개의 돌발 문항에서 당황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각 방들을 묘사하고, 기능에 대해서 설명하시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문제 중 하나를 언급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시오.  


첫번째 문제에서 나는 현재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방을 묘사할 재료가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나는 현재 원룸에 산다. 거기에는 단 한 개의 방 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네 질문에 답하고 싶지만, 공유할 거리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내 한 개의 방에서 모든 활동을 한다.

공부를 하고, 요리를 하고,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이것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방에 대한 묘사다.

비록 짧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해해달라. 말하며 답변을 마쳤다.


솔직히 2번에 질문에서는 딱히 생각나는 사항이 없었다. 제안서를 쓰다가 진도가 더뎌 힘들었던 점,,,

직장 상사로 인해 힘들었던 점,,, 무엇하나 잘 말할 자신도 없었고, 얘기거리도 없었고,,,

말 해야 할 순간은 다가 오고,,, 젠장 뭐라고 답하지 하다가. 그냥 되도 않는 구라를 치기로 했다.

광고주가 나에게 요청한 건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받지 못했다. 이에 광고주가 자기는 분명히 보냈다 말하고

화를 내기 싲가했다. 나는 조금 더 꼼꼼히 이메일 리스트를 찾아봤고, 광고주의 요청건이 스펨메일함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충분히 잘 설명하고, 팀장님도 이러한 사항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향후 상호간의 문서 수발신에 누락이 없도록,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업무에 활용했으며

광고주와 나는 그후 이러한 오해 없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었다.


내용이야 뭐 이래저래 쓸데 없이 많아도 결국 위 대답은 "문제 - 문서누락, 솔루션 - 체크리스트"로 줄일 수 있다.

내가 위와 같이 뼈대를 잡고 구라를 칠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간 내가 작성했던 대부분의 제안서 골격이

문제와 솔루션을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문제와 솔루션 앞뒤로 살을 붙여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평소 신문 사설과 오피니언 혹은 그 이외의 서적을 통해

체득한 문장 구성력, 추론력, 논리력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평소 모국어 학습이 외국어 학습에 도움 된 결과다.


그러나 모국어의 어떤 학습 능력이 외국어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건데 저것은 모국어 학습으로 대변되는 '언어적 사고력'이 아닐까 싶다.

글을 떠 올리고, 구성해, 논리를 점검하는 과정. 우리는 그것을 모국어란 수단을 활용해 하기 때문에

모국어 학습=언어적 사고력을 동일시 해왔고 그 결과 그 둘을 혼용해 쓰는 것은 아닐지.

모국어 학습은 원인 및 수단이고, 언어적 사고력은 결과 및 성과다.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구조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 나거나, 좀 뒤쳐진 사람을 제외한 경우다. 


모국어를 통해 언어적 사고능력을 키운 사람이

외국어 학습 시에도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가 오픽 시험을 보고 느낀 점이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