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4. 4. 3. 12:17

 

 

나는 지나간 사진을 버리지 못한다.
요행을 바라진 않는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끝났을지라도,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은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하지 못한다 하여,
지나간 날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좋았던 기억이 추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웠던 어제는 온전히 내 것이기에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미련이 남은 어떤 이들에게 사진은
아픔을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돼
찢거나 없애고 싶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 공허함과 안타까움을 어찌할 것인가.

그럼에도 나는 지나갈 것을 믿는다.
그리고 지나간 그 어느 날에
웃으며 사진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에, 지우지 못한 사진은
아래의 글에서처럼,
아름다운 추억의 세목이며,
나와 그녀의 아름다웠음을 비추는 호수일 것이다.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둔 보물의 세목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피천득, 장수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호수가 물었다.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호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코엘료,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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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