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3. 2. 12. 23:38

오사카성 근처에 있는 비지니스 파크역에서 우리는 다시 모였다. IMP(internation market place) 빌딩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현지에서 먹는 오꼬노미야끼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짰다. 비단 이뿐 아니라, 나머지 식사들도 대부분 짰다. 왜 짜게 먹는걸까?

그리고 우리나라 술집에서 먹는 것과 별 차이 없다. 자본과 세계화의 생리라고 해야할까? 돈 있으면 한국에서도 일본 음식에

익숙해 질 수 있다. 편한세상이다. 하지만 좋은세상인지는 모르겠다. 수상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토요일 오후에 공원에 나와

운동하는 인파가 많았다. 조용한 동네. 공기도 좋고. 한적해서 살기도 좋을 것 같았다. 여기서도 궁금증. 유난히 많은 자판기가

의아했다. 일본 시내를 비롯 주거지 거리거리마다 자판기가 많다. 커피숍의 발달로 사양길로 접어든 우리나라 자판기 사업과

대비된다. 이리 공급이 많은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인데, 일본 사람들이 음료수를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민족도

아닐테고. 티타임을 시간마다 갖는 여유로운 사람들도 아닐텐데 말이다. 뒷날 찾아보니, 개인주의 문화가 강한 일본 사람은

슈퍼에서 물건 살 때 사람 마주치는 것마저 꺼려 자판기 문화가 발달 했다고 한다. 담배, 음료수, 간단한 음식까지. 서비스

업종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단 인상을 받았는데, 그 이면에는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니. 무서운 놈들.

무튼 수상버스는 패스가 있어 무료다. 전날 노숙의 여파로 피곤했던 나는 잠깐 잤다. 20분 걸려 요도야바시항에 도착했고,

오늘의 종착지인 우메다까지 한 정거장, 전철로 이동했다. 우선 패스에 붙은 무료 관람권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Hep Five

관람차를 타기로 했다. 고층 빌딩 위에서 돌아가는 빨간색 다람쥐 바퀴 같은 거. 아래서 볼 때는 몰랐는데, 타보니 무서웠다.

올드보이 명대사가 생각났다. 상상력이 있어 비겁 해지고, 공포에 떤다. 떨어질까를 생각하지 말고, 오사카 시내 풍경을

봤었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여자애들이 나 놀래켜 준다고 겁도 없이 흔들어 대는데 떨었다. 그래도 분위기 낸다고

채연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관람차 내부에 스피커와 잭이 비치 돼 있었다. 1974 way home. 우연찮게 일본 뮤지션인

Mondo Grosso의 곡이다. 금빛 낙조를 받으니, 멍~했다. 무슨 느낌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방감과 노곤함이 만든 멜랑꼴리함

같기고 하고, 수필가 윤오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원의 가을> 中 "위대한 사람은 시간을 창조해 나가고 범상한 사람은 시간에

실려간다. 그러나 한가한 사람이란 시간과 마주 서 있어 본 사람이다." 아마 그 순간 나는 한가한 사람이었나 보다.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흑인의 재즈 보컬도 들었다. 시간 이동으로 쌍팔년도 뉴욕에 온 듯한 느낌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여자들의 쇼핑 타임이 시작됐다. 나는 특별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내가 관심이

없어놔서인지. 어느 건물인지, 이름도 기억에 없다. 조금 걸어 공중 정원으로 갔다. 오사카의 야경을 보기 위함이다. 중간에

편의점에서 요기를 채우기 위해 맥주와 소세지를 샀다. 길빵을 했다. 외국에 나오면 이런 프리함이 좋다. 대도시의 번잡한

거리에서 음주라니. 나는 여기 사람이 아니니깐. 고삐 풀린 생각이 행동의 제한을 없앤다. 생각보다 맥주 값이 안 싸다.

2,3천원? 채연왈. 이곳이 영화 타워의 배경이라고 했다. 뭐 큰 관심 없던 영화라 와닿진 않았다. 173이라는 티켓을 받아 들고

꼭대기로 올랐다. 건문의 높이를 말하는 것 같다. 야외에 나가 바람을 쑀다. 현지가 물었다. 서울과 오사카중 어떤 곳의

경제규모가 더 클까? 나도 궁금했다. 직관적으로 서울 같았지만, 높은 곳에 올라와서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오사카의

야경이 건물의 크기와 경제 규모의 넓이를 웅변했다. 서울의 주요 상권인 종로, 여의도, 강남을 합한 것보다 큰 것 같았다.

1인당 국민소득도 일본이 높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오사카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했고. 나중에 찾아보니 오사카가 1.5배 정도

높다는 통계를 볼 수 있었다. 많이 돌아다녀 다리가 좀 아팠다. 그래도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약국에 들려 아이봉과 휴족타임

동전파스 같은 아이템을 구매했다. 일본은 정말 깨알 같은 아이템이 많다. 돌아갈 때는 타니마치선을 이용해 다니마치

9번가에서 내려 츠루하시로 갔다. 다들 저녁을 안 먹어 배가 고팠다. 역 앞이라 먹을 데는 제법 있었고, 건물이 다소 허름한

꼬치집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에는 4개의 테이블과 일식집처럼 주방방 요리대 앞에 5개 정도의 앉을 자리가 있었다. 맛은

모 개인차가 있어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진짜 일본 서민들이 찾는 술집 분위기다. 나름 심야식당 느낌이

라며, 치켜세웠다. 비용은 제법 비쌌다. 맥주 500CC에 500엔? 꼬치도 한 개에 200,300엔 하니깐.

그래도 여행의 묘미는 이렇듯 일정에 없던, 변칙이 주는 즐거움이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3. 2. 9. 17:25

잠을 못 잤다. 불안했던지, 지속적으로 깼다. 5시 좀 못되서 공항 내 안내방송을 듣고 일어났다. 고장난 플레이어에서 일정구간

반복되는 것처럼, 모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성 멘트가 거슬렸다. 일어나 두리번 거리고, JR 전철로 향했다. 개찰구는 닫혀

있었지만, 불들이 들어와 있다. 반가웠다. 자세히 보니 첫차가 5시 53분이었다. 일본이 처음인 나는 표 끊는 것도 어렵다.

시간이 많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좋다. 여유롭게 티켓 발매기를 구경했다. 기차가 올 때 까지 할 것도, 갈 데도 없어 플랫폼에서

책을 봤다. 피로사회. 제목이 내 지금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 웃음이 났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차가 왔다.

텐노지 급행인데, 대략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창밖 풍경이 신기했다.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둥둥 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모든 게 낯선 환경. 멀쩡한 한 사람이 바보가 된다. 글도 못 읽고, 방향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나는 표류한다. 졸다 깨다를 반복해 텐노지에서 내렸다. 모모다니 역으로

가기 위해 JR 간조선을 기다렸다. 토요일 아침 7시인데 학생들이 많았다. 중, 고등학생도 있었지만 초등학생들도 보였다.

얘네는 주5일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아침 7시에 등교해야 하는 초등학생들의 처지가 좀 안쓰러웠다. 일본도 우리나라만큼

교육열이 강한데, 그런 사회적 풍조 속에서 부모의 기대를 충족키 위해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 같다. 역에서 내려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가까웠다. 오기 전 찾아오는 동영상 보기를 잘 했다. 문 앞에서 친구에게 전화했다. 타지에서 조우.

자다 깬 부시시한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아직 계획한 시각이 아니기도 하고, 몸도 피곤해 한 시간 정도 잤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오사카성, 오후에 우메다이다. 아침은 츠루하시 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해결했다. 일본 식당은 점원이 주문

받는 곳도 있지만 손님들이 직접 기계에서 메뉴를 보고 표를 끊는 시스템이 보편화 돼 있다. 이 집 역시 기계가 메뉴를 뽑아

주는 시스템인데, 바빠서 주문 시간을 줄인다거나, 나 같은 외국인들의 경우 효율적일 것 같다.

예전에 오사카성을 왔던 현지와는 쪼개졌다. 텐마바시에서 내린 채연과 나는 조금 헤맸다. 지도를 보면서 이동했지만,

은근 방향치인 나는 독도법에 익숙치 않다. 여자인 채연은 말 할 것도 없고. 다행히 채연은 적극성이 나보다 뛰어나기에 지도를

가리키며 도꼬데스까?를 외쳤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라고 하는 지

대략 30년 살아온 눈치로 이해하고, 아! 쏘데스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로 회답하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저 멀리서 천수각 위용이 드러났다. 예전에 잠깐 봤던, '오다 노부나가', '미야모토 무사시'에서 나오던 곳.

소설 내용은 다 까먹었지만, 그래도 늘 한 번은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멀리서 성벽의 위압감이 대단했다. 그 옛날에

어떻게 돌을 쪼개고 날랐는지 궁금증이 일만큼 성벽은 매우 높고, 두터웠다. 적에게는 난공불락의 근심거리였겠지.

해자를 건너 성 입구로 향했다. 길이 일자가 아니라 제법 꼬불꼬불했다. 해자가 뚫렸을 경우를 대비한 설계 같다.

적들을 미로 속에 몰아 넣고,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이 엿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전국시대 각 영주들의 문장이

새겨진 바위들이 보였다. 전국통일을 한 위엄이며, 자랑이다. 마치 하나라가 중국 전토를 통일하고, 모든 무기를 회수해

다시는 전쟁이 없을 거라는 의미로 정을 만들었듯이. 천수각 안으로 올랐다. 8층에 오르니 오사카 경치가 한 눈에 들어왔다.

탁트인 경치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시원함, 해방감을 준다. 이 곳에서 오사카를 지켜봤을 히데요시를 떠올렸다.

그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자손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 성을 쌓았겠지만 히데요시 사후 불과 10년도 못 넘겼는데.

건물 안은 아주 많이 현대화 돼 있다. 전국시대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사용했던 갑옷과 무기들

건축양식들에 대한 설명이 있다. 우리나라 지방 박물관을 갈 때 마다 보았던 촌스러운 재연 같은 것들도. 보면서 문화재 개발과

활용이 참으로 어려운 것 같았다. 말로는 창의적인 소재, 역사 컨텐츠 떠들지만 막상 보면 없다. 새로운 방식을 생각지 못 하는

공급자도 문제겠지만 역사에 관심 없는 수용자에게 좋은 것을 준다한들 받아들여지겠는가. 이런 역사적인 장소는 학습의

장인 동시에 상상의 소재다. 단순 사진 찍고 가는 코스로써 기능한다면, 역사컨텐츠는 그냥 말에 그칠 뿐이다.

경내를 돌고, 내려가는 길에 초등학생들의 유도대회를 봤다. 우리나라에서 태권도가 국민 체육이듯, 일본의 국민체육을

방증하는 것 같았다. 매화가 없는 매화정원을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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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방배동외톨이
여행2013. 2. 5. 00:33

지난 12월 현지가 채연과 함께 일본을 가자고 했다. 나도 뭐 나쁠 거 없어서 흔쾌히 응낙했다.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출발이 다가왔다. 그간 여행 일정에 대해 가볍게 논의하고는 했지만, 뭐 하나 나온 게 없었다. 벼락치기. ㅋ

금요일, 칼퇴하고 바삐 서울역으로 향했다. 회사가 위치한 방배동과 퇴근 시간을 고려했을 때 공항철도가 최적의 선택이였다.

서울역은 늘상 다녔지만, 공항철도는 처음이라 조금 헤맸다. 일반 지하철과 달리 서부역 쪽에 위치해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는 처음부터 여유가 없었다. 피치항공 9시 20분 출발, 간사이공항 11시 도착인데, 텐노지행 막차가 11시 32분이였다.

일본이 처음인 나는 수속 및 헤멜 시간을 고려했을 때 과연 시간에 맞춰 전철을 탈 수 있을까 금요일 내내 불안했다.

까딱하가다는 공항에서 하루를 세어야 했다. 조바심 때문에 신경성 긴장이 지속됐다. 지금 돌아보면 괜한 고민이였다. 풉. ㅎ

친구들의 면세물품을 찾고, 햄버거로 요기한 뒤 출발을 기다리는데 비행기사정으로 출발이 10분 지연될거란다. 불안했다.

그래도 큰 차질 없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결국 46분에 떴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를 몰랐다. 출발은 지체됐지만,

기장이 속력을 내서 원래 약속했던 시간에 도착할거라 기대했다. 원래 그런거 아닌가? 약속시간에 늦으면 뛰듯이.

철없는 생각이었다. 11시 30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저가항공인 피치항공은 짐 부치는 데도

요금을 부과해 대다수의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탄다. 그래서 타고 내리는 데, 일반 비행기보다 시간이 배는 걸린다.

텐노지행 막차는 떠났을 시각이지만,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오사카에는 비가 내렸다. 내린 곳에서 공항입구까지 비를 피하라고

우산을 줬다. 펴보니 구겨져 있었다. 불길했다. 미신이라 여기며, 수속장으로달렸다. 수속장까지 대략 300미터 정도 되는데

블로그에서 한 사람 제낄 때 마다 수속시간이 20초 정도는 단출될 거라했다. 나름 열심히 뗬지만 나는 중간이였다.

수속을 마치고 제1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것도 한 5분 걸렸다. 공항 도착 전, JR선을 끊기 위한 메뉴얼을 되새기며

봤던 장소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반가웠다. 그것도 잠시. 불이 꺼져 있었다. 불길함이 현실이 됐다. 낙담했다.

사람이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으면 현실을 부정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럴리 없어. 내가 공항에서 노숙할리가 없잖아?

그래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 나는 오늘 게스트하우스에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어. 버스를 알아봐야지. 이러며 공항 여기저기

들쑤셨다. 그러기를 30분. 나는 깔끔히 인정했다. 첫차를 타기전까지 간사이공항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을 받아

들이고나니, 마음은 편했다. 친구들에게 못간다는 문자를 남겼다. 씁쓸했다. 쌰부랄. 그리고 어디서 남은 시간을 떼울까 장소를

물색했다. 그래도 위안이 된 것은 나와 같은 무리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자리를 깔꼬, 노숙 태세에 도입했다.

어떤 중국인은 양말을 벗고 의자를 붙이고 누워있더라. 실용을 중시하는 대륙의 기상인지, 남신경 안 쓰는 개인특성인지

놀란 와중에 더 놀라운 광경이었다. 24시간 맥도날드도 있었지만, 거기 있는다고 딱히 할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조명 빛이 덜 한 쇼파에 누웠다. 핸드폰에 넣어둔 <리더의 조건> 다큐를 보고 있는데 공항경찰이 오더니 내 여권을 검사한다.

노숙인들의 인적사항을 살펴보는 친절함 ㅋㅋ 그래도 오사카에서 첫날인데 벌써 잠을 청하긴 아쉬웠다. 낯선 객지에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들었다.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 왜 그럴까? 나는 왜 낯선 곳에서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편해졌을까?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 긴장한다. 낯선 것들을 내 것으로 정보화하는데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이란

익숙한 놈은 내 의식에 침투해 새로운 것들의 정보처리화 과정을 지연시킨다. 그래서 나는 비록 낯선 곳에 있었지만

익숙한 것들을 접함으로써 맘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나름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