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는 12개월 된 초보 아빠입니다.
23개월 차 초보 남편이기도 합니다.
초보 아빠이자, 남편인 제게
새 생명과 가정은 버거웠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삶의 이유가 됐습니다.
은성이로 인해 지난 1년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다는 것 입니다.
저는 은성이가 세상에 나오고, 새벽에 자다 깨서 울고,
목욕하다 물이 무서워 울고, 처음 웃던 순간을 함께 하며
저 역시도 저랬겠구나. 제 핏덩이 시절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곁에서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가슴 졸이던 저와 혜정처럼
제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러셨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건강히 잘 있는 모습만으로도
기뻐하고, 행복해 하셨을 아버지, 어머니 모습을 말입니다.
제 기억 속 아버지, 어머니는
경제적 문제와 병마로 늘 지치고 아프셨습니다.
그런데 은성이로 인해
누구보다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로 가득했을
젊은 시절 두 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잃어버린 시간의 일부를 찾은 것 입니다.
그래서 남 모르게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제가 혼자 컸다고 생각했는데,
제 기억이 닿지 않았던 곳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은성이의 한 살 생일을 축하하는 날 입니다.
더불어 저희 부부의 부모됨 1주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 초보 엄마라 고생한 혜정에게 많은 격려 부탁 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양가 어르신들께
다시 한 번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 전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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