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8. 5. 10. 15:2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는 12개월 된 초보 아빠입니다.

23개월 차 초보 남편이기도 합니다.


초보 아빠이자, 남편인 제게

새 생명과 가정은 버거웠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삶의 이유가 됐습니다.


은성이로 인해 지난 1년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다는 것 입니다.


저는 은성이가 세상에 나오고, 새벽에 자다 깨서 울고,

목욕하다 물이 무서워 울고, 처음 웃던 순간을 함께 하며

저 역시도 저랬겠구나. 제 핏덩이 시절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곁에서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가슴 졸이던 저와 혜정처럼

제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러셨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건강히 잘 있는 모습만으로도

기뻐하고, 행복해 하셨을 아버지, 어머니 모습을 말입니다.


제 기억 속 아버지, 어머니는

경제적 문제와 병마로 늘 지치고 아프셨습니다.


그런데 은성이로 인해

누구보다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로 가득했을

젊은 시절 두 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잃어버린 시간의 일부를 찾은 것 입니다.


그래서 남 모르게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제가 혼자 컸다고 생각했는데,

제 기억이 닿지 않았던 곳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은성이의 한 살 생일을 축하하는 날 입니다.

더불어 저희 부부의 부모됨 1주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 초보 엄마라 고생한 혜정에게 많은 격려 부탁 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양가 어르신들께

다시 한 번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 전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상사와 백석  (0) 2021.02.14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0) 2021.01.10
부모됨의 깨달음,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0) 2017.08.31
책을 정리하다.  (0) 2017.05.22
내 그물은 무엇인가?  (0) 2017.04.30
Posted by 방배동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