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의 큰 길만 보고 대충 한 바퀴 돌아야지 생각했다.
이미 스페인을 다녀온 사람들이 마드리는 별로 볼 게 없다고 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나는 그냥 마냥 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불금을 즐기러
곳곳에 있는데 왜 볼 게 없다고 했을까? 아마 그들이 말한 것은 랜드마크, 혹은 별점이 매겨진
뷰 리스트 였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에 대한 정의와 본인이 선호하는 스탈일이 달라서 그렇겠지.
고흐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풍경
술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니, 고흐가 그린 "아를르,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가 생각났다.
유럽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나와서 밥 먹는구나. 날이 좋으니 그럴만 한데, 겨울에는 어떨까?
이럴려면,,, 우선 인도가 잘 깔려 있어야 하고,,, 차 다니는데서 밥 먹을 수 없으니깐,,,
그리고 가게 주인도 좌판 깔 영역을 행인들에게 피해주지 않을만큼 적당히 깔아야 하며,
앞 집이 더 장사 잘 된다고, 좌판 까는 게 불법이라고 신고하지 않는 상인들간 신뢰 시스템이
형성되야 하며,,, 손님들도 길거리에다 음식물 지저분하게 던지지 않는 매너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저런 '외식'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당연히 아니다 싶었다.
솔광장을 지나 대성당에 이르렀다. 밤이라 건물만 보고 오려했는데, 불빛이 환하다.
소리도 시끄럽다. 11시를 넘기 이 시간에? 뭔일일까 싶어, 행랑객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성당을 향한다.
굳게 닫혔을 줄 알았던 문은 환히 열려있고 그 안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우리나라에서 듣던 찬송가는 아닐지라도,,, 이 지역 느낌나는 노래를 합창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장관인가 싶어 넋이 나갔다. 천주교 미사 한 번 드려보지 않은 내가 스페인까지 와서???
그것도 대규모 미사가 눈 앞에서 벌어지다니...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의식이지만
미안하게도 관광객인 나의 눈에는 신기한 체험이요, 세속적인 표현으로는 다신 없을 구경거리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것까지 감행할 용기는 없었다. 누군가의 신성한 의식을
개인적 경험을 위해 망치면 쓰겠는가. 오오 순간순간 처음하는 경험이 신비로울지라도,,,
경건한 의식에 자연스레 사제의 권위가 느껴지지만 없던 신앙심까지 생기진 않는다.
언어도 안 통하는 내가 그들의 노래와 설교를 듣는다해서 무슨 깨달음을 얻겠는가.
다만,,, 이 시간까지 이 사람들은 잠도 안 자고 성당에 나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의 대지식인 이어령 선생님도 자식이 병을 얻고서야 종교에 귀의했다.
신이 없다고 말한 리처드 도킨스의 가족들일지라도,,, 심지어 도킨스 당사자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병에 걸리면 그제서야 하느님의 바짓가랭이라도 잡고 싶지 않겠나?
근황이 무탈한 나는 아직 종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필요없다.
그때 가서 내가 할 수 없는 게 없음을 느껴 좌절하고, 지금의 나의 오만방자함을 뉘우칠지라도,,,
나중을 위해 억지로 믿지도 않는 성령을 받아들이고 믿는 그런 위선이 절대자가 보기엔 더 괘씸하지 않을까?
가는 길에 가로등 주황색 불빛에 반사된 왕궁을 바라보았다. 왕정제라는 정치적 유산 보다 현재와 오늘을 잇는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 잘 보존 돼 있음에 부러움을 느낀다. 가는 길이 복잡해 프라도 미술관 근처까지 갔다가
도보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자존심을 접고 전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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